Tuesday, March 15, 2022

아주 슬픈 byRudolf 2021 브라질 이민





아주 슬픈 (2/20)

byRudolfApr 13. 2021


평생을 그리워한 이가 있었다
그러나 끝내 보지 못했다
지구 반대편에서. . .





2

일본은 1950년대 중반까지 기민(棄民) 정책을 폈다. 즉, 2차대전 패망의 후유증으로 인해 식량을 비롯한 여러 자원이 부족한 탓에 일본 국민들을 감언이설로 남미와 같은 외국으로 이민을 보내고 나서 전혀 돌보지 않는 것이다. 그때 많은 수의 일본인이 외국, 특히 남미로 이주했다가 굶주림이나 질병으로 죽어갔다.

이러한 시기는 아니었지만 김미연의 가족, 즉 부모와 두 언니, 그리고 남동생은 누군가의 권유로 남미로 떠나게 되었다. 비록 경영하던 회사는 나라에 바쳤지만 그동안 모아놓은 재산은 상당했다. 그러나 한국을 떠나는 날 달러를 일정 금액 이상은 가지고 갈 수 없다고 하며 나머지는 모두 압수해 갔다. 그 가족은 그러한 상태로 미국을 거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도착해서 대사관에서 소개해 준 다른 한국인 이민 가족들을 만났다. 모두 세 가정.

이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일본인들이 아마존 밀림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본인들에 의하면 아마존 오지에 가서 농사를 지으면 크게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인 이민 가정은 일본인들을 따라 보름에 걸쳐 이동하면서 도착한 곳은 아마존 강 상류, 네그로 강과 솔리모에스 강 지류로 나뉘는 지점에서 북쪽으로 500킬로미터 정도 들어간 곳이었다. 그곳은 오직 밀림만 존재할 뿐, 문명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브라질 관리는 일본인 중 영어가 통하는 오직 한 사람에게만 그곳을 개척하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자신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급한 일이 생기면 강을 따라 배를 타고 사흘 걸리는, 네그로 강이 시작되는 곳의 작은 마을 마나우스로 내려오라고 했다.

그곳까지 가는 도중에 한국인 한 가정과 일본인 여러 가정이 도망갔다. 그리고 한 가정은 아마존 강에서 뗏목과 같은 엉성한 배를 타고 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도중 몰래 배를 돌려 도망가다가 배가 뒤집히는 바람에 네 식구가 모두 물에 빠져죽었다.

이렇게 해서 그들이 정착한 곳은 전혀 개간할 수 없는 밀림 속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한 한국인이나 일본인 가정 모두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브라질 관리가 약속한,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오겠다는 말도 지켜지지 않았다. 우편물도 오지 않았다. 그곳에 온 지 한 달 사이에 몇 가정이 떠나겠다고 하며 뗏목을 타고 중류로 내려갔다. 그 뒤 그들의 소식은 듣지 못했다.

그곳에서 태어난 아기 셋을 포함해서 48명이 6개월이 지나기 전에 죽었다. 김미연의 어머니와 작은언니, 남동생도 여기에 포함되었다.

그러고 나서 2년 뒤 한국인은 미연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죽었다. 병에 걸리거나 자살하거나 마약상들의 총에 맞아서. 단지 미연만은 운 좋게 살아남아 마약조직에게 끌려 콜롬비아로 갔다가 몇 단계에 걸쳐 팔려서 베네수엘라의 깊은 산골로 끌려갔다. 아마존 강은 브라질,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등에 걸쳐 흐른다.

그러나 그때까지 다행히 미연은 마약에는 한 번도 손대지 않았으며, 웬일인지 마약조직에서도 미연의 몸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미연은 전혀 말을 하지 않고 항상 넋 나간 사람처럼 행동했다. 미연은 다른 여자들이 탈출하다 붙잡혀 와서 죽을 때까지 매 맞고 고문당하는 것을 몇 번 보았다. 일종의 본보기인 셈이다. 그런 뒤부터 미연은 아예 존재감도 없이 지냈다.

이렇게 해서 미연은 나이가 60대 중반이 되었다. 그동안 한국말을 잊어버리지 않게 하려고 머릿속으로 여러 등장인물을 만들어 연극을 하듯이 늘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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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dolf


저는 늘 꿈을 꿉니다. 밤에도 낮에도. 그 꿈들을 작품으로 만들어 보려 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글을 통해 'Ars Magna(위대한 예술)'을 탄생시킬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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