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December 7, 2021

브라질 이민 50년 ②이민 1세대가 말하는 반세기 | 한경닷컴

브라질 이민 50년 ②이민 1세대가 말하는 반세기 | 한경닷컴
[브라질 이민 50년] ②이민 1세대가 말하는 반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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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1.03 08:37 수정 2013.01.0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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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여권 3호 김영종씨 "한인 정착 역사는 타민족의 모범 사례"
"1.5세와 2세에 우수한 인재 많아…가장 다이내믹한 커뮤니티 될 것"
"부모님과 함께 부산항을 떠나오던 때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어느새 50년이 흘러버렸네요."

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루의 한인 동포 거주 지역인 봉헤치로에서 김영종(67) 씨를 만났다.

김씨는 1963년 2월12일 네덜란드 선박을 타고 산토스 항에 도착한 103명의 이민 1세대 가운데 한 명이다.

이민 여권 순서로 따지면 부모가 1호와 2호, 김씨는 3호다.

초기 브라질 이민자들은 대부분 북쪽에 고향을 둔 사람들이었다.
김씨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함경남도 함흥이 고향인 아버님께서 이민을 결정했어요.
한국전쟁 중에 사선을 넘어 월남했지만, 실향민으로 사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업을 잘하셨지만 남쪽에서의 생활에 정을 붙이지 못하셨던 것 같아요."

김씨는 고교 2년생이던 17살에 이민선을 탔다.

"1962년 12월16일에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갔지요.
다른 이민자들과 함께 부산의 재활원에서 이틀을 보내고 나서 12월18일에 이민선에 올랐습니다."

그때부터 기나 긴 여정이 시작됐다.

일본 오키나와에 들러 일본인 이민자들을 태운 선박은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의 페낭을 거쳤다.
인도양에 접어든 선박은 모리셔스와 모잠비크의 마푸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더반과 포트 엘리자베스, 케이프타운에서 2~3일씩 머물렀다.
난생처음 보는 아프리카의 풍경은 김씨에게 오래된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대서양을 가로지른 선박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도착했다.
대한민국 1호 특명전권대사인 박동진이 이들을 맞았다.
김씨는 당시 우리 대사관의 모습을 뚜렷하게 기억했다.

"우리나라 대사관은 별도의 건물이 아니라 아파트처럼 생긴 건물에 입주해 있었어요.
태극기가 창문 밖으로 내걸려 있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선박은 이틀이 지나 리우를 떠났고, 1963년 2월12일 목적지인 상파울루 주 산토스 항에 도착했다.

여기서 다시 기차를 탄 한인들은 상파울루 시에서 100㎞가량 떨어진 미라카투라는 곳으로 갔다.

미라카투는 이민 1세대를 위한 거주지로 알려진 곳이었다.
그러나 한인들은 미라카투에 오래 머물지 않았고, 각자의 형편에 따라 농장 등으로 흩어졌다.
김씨의 가족은 상파울루 주 이타케라에 있는 일본인 과수원으로 들어갔다.
1963년 5월 말이었다.
"평생 해보지 않았지만, 영농기술을 배우며 열심히 일을 했지요.
1964년에 땅 6만 평을 사들일 정도로 나름대로 자리를 잡았어요."

김씨 가족은 1971년 3월까지 농장을 운영했다.
그러는 사이 김씨는 독학으로 명문 상파울루 주립대학(USP)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김씨 가족이 농촌을 떠나 상파울루로 이주하는 계기가 됐다.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대도시 상파울루는 김씨에게 새로운 세상이었다.
가족들은 식료품점을 운영했고, 김씨는 대학을 다니면서 1972년부터 1978년까지 6년간 초창기 코트라 무역관에서 일했다.
한 사람이 10명의 몫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김씨는 당시를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자비로 신문과 잡지를 구독하며 브라질 경제와 시장에 관한 보고서를 만들었어요.
한국 업체들이 보낸 가스통과 소주를 싸들고 직접 팔러 다닌 기억도 납니다."
김씨는 지난 50년간 대한민국은 물론 브라질 한인 동포사회도 큰 발전을 이룩했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은 최빈국에서 50년 만에 선진국이 됐습니다.
1991년에 브라질 국적을 취득했는데, 당시엔 대한민국이 이렇게 발전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어요.
브라질 국적으로 바꾼 것을 후회할 정도입니다.
동포사회도 엄청나게 성장했습니다."
이민 50년을 맞은 동포 사회의 앞날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1.5세와 2세들은 1세들과 많이 다릅니다.
훌륭한 인재들이 많아요.
한인들은 브라질 이민사회에서 가장 앞서가는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습니다.
앞으로 브라질에서 가장 강력하고 다이내믹한 커뮤니티로 성장할 겁니다."

김씨는 50년 전 조국을 떠나올 때 가족이 사용한 이민 여권을 지금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

"이 여권들은 우리 가족의 역사이자 브라질 한인 이민사의 자랑스러운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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