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적 인종차별' 논란 부른 캐나다 원주민의 죽음…"백인이었다면 살았을 것" - 경향신문
'제도적 인종차별' 논란 부른 캐나다 원주민의 죽음…"백인이었다면 살았을 것"
김윤나영 기자
입력 : 2021.10.07
캐나다 퀘벡의 한 병원에 갔다가 치료를 거부당해 사망한 원주민 조이스 에차쿠안(37)의 모습.
캐나다의 한 원주민 여성이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의료진은 환자에게 모욕적인 말을 하며 응급 처치를 거부해 캐나다에서 ‘제도적 인종차별’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게하네 카멜 캐나다 검시관은 5일(현지시간) 원주민 여성 조이스 에차쿠안(37)의 죽음이 “부정할 수 없는 인종차별 사례”라면서 “그가 만약 백인이었다면 지금도 살아 있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현지매체 CBC방송이 보도했다. 퀘벡 정부에는 “제도적 인종차별의 존재를 인식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일곱 아이의 엄마인 에차쿠안은 지난해 9월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퀘벡 몬트리올 북동쪽의 한 병원에 갔다가 검사 한번 못 받아보고 폐부종으로 사망했다. 의료진은 그를 마약중독자로 오해하고 금단 증상을 겪는다고 여겨 응급 처치를 거부하고 조롱했다. 이에 분노한 에차쿠안은 휴대전화 의료진들을 촬영해 페이스북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내보냈다. 영상에서 고통으로 울부짖는 그에게 간호사들은 “이제 장난 다 했어?”, “넌 진짜 멍청해” 등 모욕적인 말을 했다.
에차쿠안의 사망 직후 캐나다 곳곳에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저스틴 트뤼도 총리까지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제도적인 인종차별의 또 다른 사례”라고 말했다. 수도 오타와를 비롯한 각 지역에서는 원주민에게도 평등한 의료 접근 보장을 촉구하는 ‘조이스의 원칙’을 채택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하지만 정작 사망 사건이 일어난 퀘벡주는 ‘조이스의 원칙’ 채택을 거부했다. 중도우파 성향의 퀘벡미래연합당(CAQ) 소속 프랑수아 르고 퀘벡주지사는 “전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번 사건이 제도적 인종차별 사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제도적 인종차별은 정치인이나 정부 관료가 지시의 형태로 내리는 조직적인 행동이지 일선 병원에서 일어나는 차별까지 ‘제도적’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카멜 검시관은 “제도적 인종차별은 이 시스템의 일부인 각 개인이 인종차별주의자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시스템이 편견, 비난받을 만한 행동 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원주민 커뮤니티를 하찮게 만들고 주변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반박했다.
의료계에서 원주민 인종차별은 현재진행형이다. 캐나다 가정의학회의 최근 설문조사에서 원주민의 39~78%가 의료진으로부터 인종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앞서 2008년에는 원주민 남성 브라이언 싱클레어(45)가 매니토바주 위니펙의 한 병원에서 34시간 대기한 끝에 방광 감염으로 사망했다. 병원 측은 그를 노숙자나 알코올 중독자로 여기고 방치했다. 당시에도 학계와 의료계는 인종차별 개선을 권고했으나, 브라이언 사망 후 13년이 지나도록 캐나다에 원주민 의료 접근권 보장이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고 현지 매체 위니펙선이 지적했다.
캐나다 시위대가 지난해 10월 3일(현지시간) 몬트리올 중심부에서 병원에서 숨진 원주민 여성 ‘조이스에게 정의를’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인종 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몬트리올|AFP연합뉴스
[관련기사]‘인종차별은 구조적 문제’라 가르치지 말라…미국 보수의 반격
원문보기:
https://www.khan.co.kr/world/america/article/202110071642001?fbclid=IwAR0Ot4SrRV3BOTKvmb2_j6_eltpNiafqoBrnPLufbluzpm-iROEO9aE-v6Q#csidx8d4c6619edaa409909997f7b357f101
'제도적 인종차별' 논란 부른 캐나다 원주민의 죽음…"백인이었다면 살았을 것"
김윤나영 기자
입력 : 2021.10.07
캐나다 퀘벡의 한 병원에 갔다가 치료를 거부당해 사망한 원주민 조이스 에차쿠안(37)의 모습.
캐나다의 한 원주민 여성이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의료진은 환자에게 모욕적인 말을 하며 응급 처치를 거부해 캐나다에서 ‘제도적 인종차별’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게하네 카멜 캐나다 검시관은 5일(현지시간) 원주민 여성 조이스 에차쿠안(37)의 죽음이 “부정할 수 없는 인종차별 사례”라면서 “그가 만약 백인이었다면 지금도 살아 있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현지매체 CBC방송이 보도했다. 퀘벡 정부에는 “제도적 인종차별의 존재를 인식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일곱 아이의 엄마인 에차쿠안은 지난해 9월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퀘벡 몬트리올 북동쪽의 한 병원에 갔다가 검사 한번 못 받아보고 폐부종으로 사망했다. 의료진은 그를 마약중독자로 오해하고 금단 증상을 겪는다고 여겨 응급 처치를 거부하고 조롱했다. 이에 분노한 에차쿠안은 휴대전화 의료진들을 촬영해 페이스북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내보냈다. 영상에서 고통으로 울부짖는 그에게 간호사들은 “이제 장난 다 했어?”, “넌 진짜 멍청해” 등 모욕적인 말을 했다.
에차쿠안의 사망 직후 캐나다 곳곳에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저스틴 트뤼도 총리까지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제도적인 인종차별의 또 다른 사례”라고 말했다. 수도 오타와를 비롯한 각 지역에서는 원주민에게도 평등한 의료 접근 보장을 촉구하는 ‘조이스의 원칙’을 채택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하지만 정작 사망 사건이 일어난 퀘벡주는 ‘조이스의 원칙’ 채택을 거부했다. 중도우파 성향의 퀘벡미래연합당(CAQ) 소속 프랑수아 르고 퀘벡주지사는 “전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번 사건이 제도적 인종차별 사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제도적 인종차별은 정치인이나 정부 관료가 지시의 형태로 내리는 조직적인 행동이지 일선 병원에서 일어나는 차별까지 ‘제도적’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카멜 검시관은 “제도적 인종차별은 이 시스템의 일부인 각 개인이 인종차별주의자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시스템이 편견, 비난받을 만한 행동 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원주민 커뮤니티를 하찮게 만들고 주변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반박했다.
의료계에서 원주민 인종차별은 현재진행형이다. 캐나다 가정의학회의 최근 설문조사에서 원주민의 39~78%가 의료진으로부터 인종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앞서 2008년에는 원주민 남성 브라이언 싱클레어(45)가 매니토바주 위니펙의 한 병원에서 34시간 대기한 끝에 방광 감염으로 사망했다. 병원 측은 그를 노숙자나 알코올 중독자로 여기고 방치했다. 당시에도 학계와 의료계는 인종차별 개선을 권고했으나, 브라이언 사망 후 13년이 지나도록 캐나다에 원주민 의료 접근권 보장이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고 현지 매체 위니펙선이 지적했다.
캐나다 시위대가 지난해 10월 3일(현지시간) 몬트리올 중심부에서 병원에서 숨진 원주민 여성 ‘조이스에게 정의를’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인종 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몬트리올|AFP연합뉴스
[관련기사]‘인종차별은 구조적 문제’라 가르치지 말라…미국 보수의 반격
원문보기:
https://www.khan.co.kr/world/america/article/202110071642001?fbclid=IwAR0Ot4SrRV3BOTKvmb2_j6_eltpNiafqoBrnPLufbluzpm-iROEO9aE-v6Q#csidx8d4c6619edaa409909997f7b357f101
‘인종차별은 구조적 문제’라 가르치지 말라…미국 보수의 반격
김윤나영 기자
입력 : 2021.06.23
‘비판적 인종이론’ 교육 금지 나선 보수…불붙는 논쟁
사진 크게보기
공화당 장악 5개 주, 비판적 인종이론 교육 금지법 통과
트럼프 “백인을 잠재적 인종차별주의자 취급…좌익 교리”
공화당 지지 기반 ‘중저소득 백인 남성’ 결집 노림수 분석
시민단체·학계 “소득·사법제도 등에 비백인 차별 실재”
지난해 5월 백인 경찰의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 이후 미국 사회에서는 제도적 인종차별을 개선하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 대한 우익 세력의 백래시(반발) 또한 거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일부 공화당 의원 등 보수 인사들은 “미국에 인종차별이 있다”는 지적 자체가 나라를 분열시킨다고 주장한다.
미국 사회에서 인종차별을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문제로 보는 ‘비판적 인종이론(critical race theory)’에 대한 논쟁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보수, 비판적 인종이론 이슈화
공화당이 장악한 텍사스 등 5개 주의회는 최근 공립 초·중·고교에서 비판적 인종이론 교육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일부 주지사 경선에서도 비판적 인종이론이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플로리다주에서는 17세 대학생 우마 메논이 21일 비판적 인종이론 교육을 금지한 주 교육위원회의 결정에 반발해 주지사 선거 출마까지 선언했다. 언론에서도 논쟁이 한창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전 편집장인 제러드 베이커는 21일 기고에서 “비판적 인종이론은 반교육”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8일 선거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 기고문에서 “전국의 교실에서 학생들이 비판적 인종이론으로 알려진 우스꽝스러운 좌익 교리로 세뇌 교육을 받고 있다”면서 “아이들에게 이런 분열적 메시지를 가르치는 것은 심리적 학대”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정부의 인종 문제에 대한 교육이 미국의 사회적 분열을 조장한다는 비판이다.
비판적 인종이론이란 인종차별을 개인적 편견과 행동들의 총합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문제로 보는 학문이다. 미국의 법과 사회제도가 백인과 비백인 간의 사회·경제·정치적 불평등을 초래한다고 보는 것이다. 1970~80년대 데릭 벨, 킴벌리 크렌쇼, 리처드 델가도 등이 주창했다.
미국인 다수가 수십년간 신경도 안 쓰던 이 이론을 수면 밖으로 끌어낸 사람은 다큐멘터리 감독에서 보수 운동가로 거듭난 크리스토퍼 루포다. 그는 지난해 9월 폭스뉴스에 출연해 “연방정부의 모든 기관에 비판적 인종이론이 퍼져 있다”면서 플로이드의 죽음을 계기로 사람들이 이 이론에 세뇌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폭스뉴스는 지난 11개월 동안 이 이론을 550여번 언급했다.
보수 정치권은 루포가 ‘발견’하고 폭스뉴스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이 이론을 지난해부터 주요 의제로 받아들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이 이론이 “미국이 인종차별적인 국가라는 거짓말”을 가르치고, “모든 백인을 잠재적 인종차별주의자로 여긴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다양성 교육이 반애국적이라는 이유로 관련 예산을 끊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이 행정명령을 뒤집었다.
■ 1619년 건국 논쟁도 불 지펴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19년 건국 논쟁에도 불을 지폈다. 흑인 노예제의 역사와 인권운동을 다룬 보도가 발단이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영국에서 독립한 1776년이 아니라, 흑인 노예가 처음 미국에 도착한 1619년을 미국 역사의 시작으로 보자는 ‘1619 프로젝트’를 2019년부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보도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공화당은 ‘역사적 이해보다는 이데올로기를 우선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플로이드 죽음을 계기로 확산된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 시위의 원흉으로 1619 프로젝트를 지목했다. 지난해 9월에는 “좌익 세뇌 교육”에 대항해 애국 교육을 한다는 명분으로 ‘1776위원회’를 만들었다. 바이든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이 위원회를 폐지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얼클리어폴리틱스 기고에서 애국적인 친미 교육을 받도록 자신이 설치했던 1776위원회를 각 주가 자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보수의 ‘집토끼’ 전략 비판
트럼프 추종 세력들이 비판적 인종이론은 모든 백인을 ‘잠재적 인종차별주의자’로 여긴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데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화당 주요 지지세력인 중저소득 백인 남성들의 지지를 결집하기 위해 역사 논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매체 뉴 리퍼블릭은 “보수주의자들에게 비판적 인종이론은 첫 집권 6개월간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하는 더 실질적인 방법을 발견하지 못하고 남겨진 공백을 채우는 유용한 대리 악당”이 됐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코노미스트와 유고브가 1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지난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을 뽑은 유권자의 82%는 비판적 인종이론에 호감을 표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을 뽑은 유권자의 5%만 같은 답을 했다. 흑인의 68%, 백인의 31%가 비판적 인종이론에 호의적이라고 답했다.
민주당의 대표적 진보 인사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지난 19일 워싱턴 이그재미너 인터뷰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역사, 짐 크로법(공공시설에서 흑인과 백인을 분리해 앉도록 한 법) 등을 가르치는 데 대해 두려움을 심어주는 효과를 냈다”며 공화당을 비판했다.
■ 소득·혐오범죄·사법제도에 스며든 차별
보수 세력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와 학계는 미국 사회에 제도적 인종차별이 실재한다고 반박한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지난해 2월 보고서를 통해 백인들의 평균 자산(92만9800달러)이 흑인 평균 자산(13만8100달러)보다 6.7배 많다고 밝혔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지난 17일 보고서를 통해 만약 미국에서 흑인이 백인 동료들과 같은 임금을 받는다면 흑인 200만명이 추가로 중산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비백인들은 주택시장에서도 금리나 대출조건 등에서 차별받는다. 미 의회는 1968년 주택담보시장에서 비백인 차별을 금지한 공정주택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온라인 대출회사인 렌딩트리에 따르면 2019년 흑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거절 비율은 17.4%나 됐다. 백인에 대한 거절 비율 7.9%의 두 배를 넘는다. 사법제도에서도 비백인은 차별받는다. 시민단체 ‘경찰폭력 지도 만들기’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비율 대비 흑인이 경찰에 의해 사망할 확률은 백인보다 2.7배 높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코로나19를 ‘차이나 바이러스’로 부른 이후로 아시아계 미국인들에 대한 ‘묻지마’ 폭력도 늘어났다. 캘리포니아주립대 ‘혐오 및 극단주의 연구센터’는 지난해 미국 16개 주요 대도시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범죄는 2019년보다 149% 늘었다고 밝혔다.
원문보기:
https://www.khan.co.kr/world/america/article/202106230600035#csidxf6fae79f24eff2f82caccbd59c155f6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