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 - 문화로 읽는 영국인의 자화상
박지향 (지은이)기파랑(기파랑에크리)2006-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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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양장본
5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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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영국적인 것(britishness)", 즉 영국만의 독특한 국민성과 정체성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영국사: 보수와 개혁의 드라마>에서 영국사의 제도적·정치적 측면을 다룬 박지향 교수가 이번엔 영국의 문화와 정신을 분석했다.
책은 지난 영국 역사를 통해 영국인들의 국민정체성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논의되었는지, 그들의 환경과 몸과 신화와 정신이 어떻게 "영국적"이라는 개념 안으로 융합되었는지를 추적한다. 날씨와 풍경, 근대 스포츠, 남성성, 여성해방, 신화 만들기, 대학과 지식인 등의 분야에서 "영국적인 것"이라고 주장된 것들과 이에 대해 언급한 처칠, 엘리자베스 여왕, 버지니아 울프와 조지 오웰 등의 사례를 살펴본다.
영국민을 구성하는 켈트족, 아일랜드인, 잉글랜드인 사이의 미묘한 차이에도 주목하면서, 100여장의 도면과 5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을 통해 향후 영국의 모습을 진단한다. 그리고 한국 독자들에게는 "한국적인 것"을 찾아나가고 만들어나가는 작업에 관한 성찰을 제안한다.
목차
머리말
1장 환경
1. 존 불의 왕국, 브리타니아의 제국
2. ‘전원적’ 잉글랜드
3. 대니얼 디포가 밟은 영국 땅
2장 몸
4. 스포츠가 처음 태어난 나라
5. 남자다움의 문화
6. 스포츠와 여성 해방
3장 신화
7. 아서왕과 로빈 후드: 전설의 두 영웅
8. 엘리자베스 1세: ‘처녀왕’의 신화
9. 처칠: ‘유럽’의 영웅
4장 정신
10. 엘리트의 요람, 대학
11. 지식인들: 도덕군자, 동성애자, 반역자
12. 조지 오웰: 사회주의를 비판한 사회주의자
접기
책속에서
19세기 들어 과거의 신사 개념과 다른 남성성이 대두했다. 아니, 그보다는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이 신사다움을 취해서 '남자다움'으로 바꾸었다고 말하는 편이 차라리 옳을 것이다. 처음에 남성성은 기독교적 성숙함을 받아들여, 경건·정직·진실성, 그리고 이기적이지 않은 인격체에서 구현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이후 육체적 힘, 근육, 굳게 다문 입술, 모험, 인내 등과 연결되었다.
그러한 남성성의 성립 과정에서 사립학교와 스포츠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단체의식과 페어플레이 정신은 경기장의 테두리를 넘어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스포츠 애호주의와 냉혹한 제국주의적 남자다움의 고양이 너무 지나쳤다고 판단되자, 20세기 초에는 단체 활동보다는 개인과 순결한 남자다움을 강조하는 쪽으로 변화했다. 물론 육체적 강건함은 당연한 요소였고, 보이스카우트를 조직한 배든 파월이나 '백인의 짐'을 노래한 키플링은 남성적 덕목에 '훌륭한 외모'를 결부시켰다. - 본문 221쪽에서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박지향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서양사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뉴욕주립대학교(스토니브룩 소재)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 프랫대학교와 인하대학교를 거쳐 1992년부터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서양사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다. 도쿄대학교와 케임브리지대학교 연구원으로 활동했고,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장(2011~2015), 한국영국사학회 회장,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대통령 소속 인문정신특별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영국사와 서양근현대사 전공으로 민족주의와 제국주의를 집중 연구했으며 지난 10여 년간 영국, 아... 더보기
최근작 : <윈스턴 처칠, 운명과 함께 걷다>,<평등을 넘어 공정으로>,<제국의 품격> … 총 33종 (모두보기)
박지향(지은이)의 말
아마도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영국적인 것을 구성하고 유지해 준 요소들이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영국적인 것이 약해지면서 잉글랜드적인 것, 스코틀랜드적인 것 등으로 돌아가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영국이 앞으로 ‘잉글랜드가 주도하는 통일국가’보다 좀더 ‘평등하고 혼성적인 연합국가’로 나아가리라는 점이다.
평점 분포
7.2
학교에서 수업에 쓰느라 삿는데 좋네요ㅋㅋㅋ
퓨어 브라이트닝 2008-09-13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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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정치, 사회, 문화 전반적인 것에 대하여 잘 말하고 있다.
거북이 2015-02-13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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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
아직은 저자가 현직(서울대 서양사학과)에 있을 때의 책이지만 지나친 영국 편향이 잘 드러났다. 영국을 문화적으로 잘 설명해주지만 종종 그녀의 편향이 드러난다. 특히 사회주의 비판과 같은. 근대는 마치 영국만 있는 듯한 인상도 준다. 위의 책처럼 학술서가 아닌 대중서로 출간된 책으로 영국 이해에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나는 거부감이 강했다. 저자의 영국 사랑이 내겐 독이었다.
knulp 2020-03-22 공감(21)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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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
야만의 땅 유럽에서도 가장 서쪽에 위치한 세계의 끝.
로마조차 완전제패를 바라지 않은 야만의 땅.
그러나 가장 먼저 산업혁명을 이룩하고 본토의 100배에 달하는 식민지를 건설했으며, 민주주의를 활짝 꽃피웠으면서도 아직도 계급에 의한 너그러운 외면을 수행하는 나라. 단 한 번도 전쟁에서 패한 적 없지만 세계 최강의 자리를 넘겨주고 저물어가는 태양을 바라보는 늙은 사자. 인도주의와 믿음을 외치며 식민지인들을 탄압하고 수탈했던 선구자. 남유럽인들처럼 개방적이지 않고, 북유럽인들처럼 냉정하지 않은 점잖음을 유지하면서도 폭발이라 할만한 훌리건의 원산지인 이상한 나라.
그러기에 영국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영국의 어떤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 이 책 [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은 무척 괜찮은 길잡이가 될 듯하다. 역사와 그 이전의 무엇을 통해 영국인들의 자부심과 정체성이 어떻게 태어나 어떻게 성장해왔는지부터 살펴보는 이 책은 부제처럼 ‘문화로 읽는 영국인의 자화상’을 한눈에 비추어 준다.
영국을 좋아하는 나에게 무척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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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y04 2006-09-25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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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문화의 정체성
박지향 교수의 <클래식 영국사>를 재밌게 읽어 기대를 했던 책.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리다 보니 2006년 나온 책이라 시의성에서는 다소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토니 블레어 시대까지만 나오고 유럽연합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
요즘 이슈를 다룬 개정판이 나오면 더 멋진 책이 될 듯 하다.
500 페이지에 달하는 두께 때문에 처음에는 다소 긴장했는데, 문화사라 그런지 생각보다 쉽게 잘 읽힌다.
영국인의 성향과 문화적 배경, 특히 근대 문명을 일군 영제국의 자부심의 기저를 쉽게 설명해 주고 있어 흥미로웠다.
여전히 왕조와 계급 사회를 유지하고 있는 영국만의 독특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 브리튼 왕국 내의 민족주의 갈등과, 자유와 전원 생활, 자조 전통, 신사, 스포츠맨십 등등 영국인의 문화적 정체성을 새롭게 알게 됐다.
마지막에 실린 조지 오웰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워 그의 여러 저작들을 다시 읽어 볼 생각이다.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국가라기 보다는, 엘리트에 의해 이끌어지고 그들이 노동계층을 위해 복지라는 시혜를 베푸는 것이 기본 배경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여전히 계급이 잘 유지되고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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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14-12-17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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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창을 통해 바라본 영국의 역사
마르크스(K. Marx)의 등장과 함께 경제결정론이 등장했다. 경제결정론은 말 그대로 경제가 사회, 정치, 문화 등을 결정한다는 이론이다. 여기서 그 유명한 상부-토대 설명이 나온다. 마르크스에 의하면 경제는 토대다. 사회, 정치, 문화 등은 토대 위에 설립된 상부다. 토대가 변하면 상부구조는 자연히 변하게 된다. 마르크스는 역사를 경제의 변화로 읽었다. 마르크스의 경제결정론은 이후 많은 학자들의 반박을 받았다. <영국노동계급의 형성>을 쓴 톰슨(E.P Thompson)은 문화의 능동성을 이야기하며 생산방식 자체가 계급을 결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생산방식 외에 개인이 생각하는 계급의식, 즉 문화도 계급형성에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알튀세르(L. Althusser)는 더 나아가 경제나 문화나 사회구조에 영향을 끼치는 한 요소에 불과하며, 각각의 요소들은 서로 끊임없이 영향을 받으며 사회구조를 형성한다고 보았다.
모든 논쟁이 그렇듯, 톰슨과 알튀세르의 생각이 전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을 통해 문화도 역사를 읽는 하나의 기준이자 도구가 되었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하더라도 국사책의 모든 챕터는 이런 식으로 구성되었었다. “1.고려시대의 성립 2. 고려시대의 정치적 변화 3. 고려시대의 경제적 발전 4. 고려시대의 문화” 항상 문화는 마지막이었다. 내용도 정치나 경제 부분과 달리 그저 악기, 그림, 소설 등의 작품 등의 나열로 이뤄졌다. 하지만 문화를 통해 역사를 바라보려는 학문이 끊임없이 생성된다는 점에서도 문화가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대 서양사학과 박지향 교수가 쓴 <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은 이런 시대의 흐름을 잘 반영한 역사서이다. 저자는 영국성(Englishness)이 무엇인가란 질문에서 시작하여, 영국의 역사를 형성하고 이끌어온 문화적 요인들을 찾아낸다. 문화는 하나의 단어에 포함시키기 힘들 만큼 다양하고 복잡하게 이뤄져있다.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형성된 자연스런 부분과 지배자들이 통치를 위해 형성한 인위적 부분이 합쳐져 문화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역사 속에 형성된 문화를 분석하기 위해 저자는 환경, 몸, 신화, 정신이란 카테고리를 이용한다.
영국의 시인 오든(W.H Auden)은 '헉과 올리버'(Huck and Oliver)란 에세이를 통해 영국과 미국의 문화를 설명했다. 마크 트웨인(Mark Twain)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과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의 ,올리버 트위스트Oliver Twist>를 통해 두 문화를 비교했다. 다양한 비교 중 자연에 대한 묘사의 비교가 나온다. 마크 트웨인은 미국의 자연을 두려움의 대상, 그래서 지배해야 할 대상으로 묘사했다면 디킨스는 고향, 낙원, 내가 쉴 곳으로 묘사를 해놓았다. 이처럼 영국인들은 자연을 통해 전원적 이상을 꿈꾸었다. 철저한 계급사회, 급격한 산업화 속에서 영국인들은 현실과 대조되는 이상을 시골 자연에 투영했던 것이다. 그 결과 풍경화가 컨스터블(J. Constable)과 터너(J.M.W Turner)가 국민화가로 추앙받게 된다. 여기에 더해져 영국 지배세력은 1900년 중반 파시즘과 같이 외부 세계가 특별히 위협적으로 보일 때, 안전하면서 아름다운 영국의 자연을 잉글랜드 찬양과 연결시켰다. 애국심이 전원적 잉글랜드 이상과 연결되었던 것이다.(83쪽) 자연스럽게 또는 지배세력에 의해 영국인들은 시골 풍경을 전원적 이상의 장소로 생각하게 되었다.
‘몸’에서는 스포츠를 통해 영국인의 문화를 설명한다. 이 장을 보면 왜 영국인들이 축구에 목숨을 거는지 알 수 있다. 스포츠가 막 싹 트던 18세기, 영국은 가장 먼저 산업화를 이룩하였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수입이 증대되었고 잉여수익을 스포츠 관람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철도가 건설되는 등 산업상의 발전으로 대중이 좀 더 쉽게 스포츠를 접할 수 있었다. 동시에 지배세력은 19-20세기 사회적 다윈주의의 대두와 함께 스포츠와 국민 정체성을 연결시키려 했다. 그 결과 다양한 스포츠가 가장 먼저 영국에서 싹 틀 수 있었다.
특히 영국인들은 축구에 열광을 하였다. 이는 영국인이 생각하는 이상적 인간상, 엄밀히 말하면 남성상과 연관이 있다. 사실 신사다움이 영국의 이상적 남성상이었다. 신사는 점잖고 예의바르고 자존심을 지키고 조국에 충성해야 했다. 하지만 신사의 이상은 그 어원에서 드러나듯 계급적 요소를 많이 지니고 있었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막대한 유산The Great Expectation>에서 주인공 핍이 보여주듯 하층민은 신사가 될 수 없었다.(184쪽) 결국 중간계급이 세력을 얻으면서 엘리트층의 신사다움은 남자다움으로 변해갔다. 물론 남자다움의 구체적 내용은 시대에 따라 변했다. 하지만 1830-40년대 찰스 킹즐리(Charles Kingsley)가 ‘강건한 기독교도’를 주창하면서 육체적 강건함이 중요한 남자다움의 요소로 떠올랐다. 이런 이상은 이튼과 같은 사립학교에 의해 확산되었다. 자연히 사립학교를 중심으로 축구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축구는 당시의 남성다움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스포츠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존의 신사다움적 전통을 계승하는 기독교적 남성성이 강조되었기에 강건한 육체성 외에 도덕적 남성성이 강조되었다. 사립학교들은 축구를 통해 협동정신, 희생정신, 페어플레이등을 지도했다.(물론 19세기 제국주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참여보다 승리가 더 중요하게 여겨졌다. 훌리건의 등장은 19세기 제국주의 전통의 산물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신화’에서는 아서왕과 로빈 후드, 엘리자베스 여왕과 처칠 수상의 신화를 통해 영국성을 살펴본다. 아서 왕은 지배세력에 의해 확산된 신화였다. 아서는 출중한 군사지도자로서 군사적 영광을 강조하면서 충성과 통합을 고무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반면 로빈 후드는 자유롭게 태어난 잉글랜드 사람이란 영국인의 정체성을 강화해주었다.(300쪽) 엘리자베스 여왕과 처칠 수상의 신화 속에서는 지배세력이 국가의 통치를 위해 어떻게 신화를 만들어내는지가 잘 나타나있다. 즉 여성이자 처녀였던 엘리자베스 여왕은 자신의 불확실한 권력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통해 신화를 만들었다. 당시 대중적 인기를 누린 존 폭스(John fox)의 <순교자 열전The Book of Martyrs>이나 홀린세드(R. Holinshed)의 <연대기Chronicles of England>등은 엘리자베스 여왕을 결단력 있고 천리안적 시각을 지닌 통치자로 묘사하는 목적론적 서사를 만드는데 공헌했다.(310쪽) 처칠 역시 영국을 2차 대전 독일의 공격에서 구해낸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하지만 사실 처칠은 60년간 하원에 있으면서 많은 실수를 한 인물이었다. 대표적인 실수 중 하나는 1차 세계 대전 당시 다르다넬스 작전의 실패. 작전의 실패로 영국군인 2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내무장관, 재무장관 시절에는 노조를 무자비하게 탄압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2차 대전에서 주전론을 내세우며 영국을 구해냈다. 또 빼어난 화술로 영국민을 사로잡았다.(1940년 5월 13일 하원에서 한 연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피와 노고와 눈물과 땀밖에는 줄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끝으로 영국 지식의 전통을 살펴본다. 영국인들은 대륙 유럽인들과 달리 이론을 싫어하고 실용성에 자부심을 가지며 ‘인격이 지성보다 중요하다’고 배우고 그렇게 간주한다.(431쪽) 이런 전통 속에서 등장한 사람들이 공적 도덕론자다. 지식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도덕적 의무감이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존 스튜어트 밀(J. S Mill)이다. 밀은 사회적 약자의 대변자 역할을 떠맡았으며 동시에 그들을 비판하고 훈계하는 도덕적 엄정함도 지니고 있었다.(440쪽)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에어총독 사건이다. 에어(E. J Eyre) 총독은 자메이카에서 반란이 일어나자 계엄령을 선포해 반란군 지도자를 처형했다. 하지만 밀은 에어의 행동은 도덕적으로 용서될 수 없다며 재판을 통해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밀은 반제국주의자는 아니었지만 제국은 도덕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런 모습은 전통적 영국 지식인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물론 그런 엄격한 도덕과 의무감에 반발하여 케인즈(J. M Keynes)를 위시한 블룸즈버리 그룹이 등장한다. 그들의 특징은 엘리트 문화와 지적 능력에 대한 절대적 믿음과 성적 관계의 완전 개방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들은 엘리트 문화를 지키려고 애를 썼으며 과거의 지식인들을 둘러싸고 있는 신화를 해체했다. 예를 들어 블룸즈버리 그룹 멤버인 스트레이티(M. Straight)는 기존의 명사들을 유능하지만 괴팍하고, 목표달성을 위해 주변사람들을 무자비하게 혹사한 사람들로 묘사한다.(446쪽) 기독교 신화도 해체하려 했으며 동성애로 내부의 결속을 다졌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케임브리지의 스파이가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케임브리지 스파이들은 케임브리지를 졸업하고 영국의 외무성 등에서 고위관료로 활동하던 인물들로 KGB에 포섭되어 스파이 활동을 하였다.)
<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은 다양한 키워드를 바탕으로 영국의 오랜 문화를 구석까지 훑는 방대한 역사서다. 영국의 문화는 그 복잡성만큼이나 짧게 정의내리기 어렵다. 때론 영국인들의 삶을 통해 형성된 반면, 일부는 홉스봅(E. Hobsbawm)의 주장처럼 지배세력에 의해 만들어진 문화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 연구는 자칫하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더 나아가 특정 문화에 대한 편견을 갖게 할 수도 있다. 그 만큼 더 정확하고 엄밀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럼 점에서 다양한 문헌과 사실들을 묶어 가능한 객관적으로 문화를 분석한 <영국적인..>의 장점은 더욱 크게 보인다. 이는 저자가 역사가로서 갖고 있는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2000년 들어와서 우리 사회엔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복잡한 요소들은 쉽고 간략하게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러하다. 좋은 역사와 나쁜 역사로 간단하게 재단된다. 개인을 생각해보자. 다양한 변수와 상황들에 영향을 받는다. 자연히 자신을 포함한 개인은 한 단어로 규정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하물며 무수한 개인이 만들어낸 역사는 얼마나 더 복잡하고 다층적이겠는가. 처칠에 대한 저자의 평을 통해 우리가 역사에 대해 가져야 할 자세를 생각해본다.
“처칠은 위인이었다기 보다 거인이었다. .....거대한 만큼 업적도, 실수도 다른 사람들의 그것보다 컸다. 처칠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역사적 인물에게 어던 잣대를 적용해야 하는가를 숙고하게 만든다. 인간의 삶과 역사적 과정의 다원적이고 다층적인 면을 이해하지 못하는 역사가 옳은 역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처칠의 생애와 그에 대한 기억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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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수토 2009-10-06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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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적인,너무나 영국적인
2012년 올림픽의 개최국가,영국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싶었다.제목이 말해주듯 너무나 영국적인 것이 무엇일지를 한 숨에 알아낼 수 있을 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영국에 대한 지식은 보수적이며 실용적인 국민성에,19세기 제국주의로서 전세계에 위용을 과시한 대국의 이미지,안개와 비가 많은 해양성 국가,내성적이며 거리를 두는 인간관계,의회민주주의가 가장 먼저 확립한 나라라는 지식정도 일것이다.
잉글랜드적인 것(Englishness)과 영국적인 것(Britishness)란 무엇일까란 호기심으로 읽어 내려 갔다.20C말 동구권의 몰락과 함께 유럽통합이 구체화되면서 영국은 다민족국가로서 영국성(性)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자문이 쏟아져 나왔다 한다.
총 4개의 분야(환경,몸,신화,정신)로 나뉘어져 있는데 환경편에서는 영국의 1천 년 역사 속에서 최초의 의회,앞선 산업혁명,19C 세계 최대의 제국,근대세계의 거의 모든 과학적 발명,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른 용기백배한 정신 속에 약자를 위해 과감히 일어나고 그들만이 갖는 독립성이라고 압축한다.또한 그들은 시골을 향한 동경의 발로로서 "잉글랜드는 시골이고 시골이야말로 잉글랜드"라고 할 정도로 아늑함을 선호한다고 한다,놓칠 수 없는 얘기 가운데엔 변덕스러운 날씨 관계로 일상 대화 속에 비,바람등 단골로 등장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두번째는 정치.경제.사회적 결과를 야기하는 중요세력으로 스포츠를 꼽고 있는데 그 정신은 기사도 정신의 변형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페어플레이 개념이 발달했으며 충분한 여가시간과 수입 증대,교통수단의 발전으로 인해 화려한 프로축구가 등장하고 초기엔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는 목표로 부패와 비리를 자극하는 부정적 결과를 잉태하기도 했다고 한다.특히 1970~80년대 폭력전 홀리건의 하부문화로 인해 영국의 스포츠 전통을 훼손하는 심각한 현상으로 각인되기도 했으며 귀족과 신흥부자들이 보내는 이튼과 해로라는 사립학교가 등장하면서 다수의 정치.사회 엘리트를 배출했지만 기율이 엄격하지 못해 학생들간의 고문,구타,린치,동성애등의 사회적 문제점도 제기되었다.남학생들만의 생활로 인한 성의 억눌림등의 표출이었다는 견해도 있다.
아서 왕과 로빈 후드의 서사시를 통해 그들을 전설상의 영웅으로 즐겨 찾고 있으며 그들은 잉글랜드성(性)을 구현하는 존재가 되며 영국인들의 집단적 심성에 깊게 연계되어 있는 엘리자베스 1세는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퇴시킨 일로 위대한 영국인으로 칭송받고 있다는 것이다.그외 아이작 뉴턴,셰익스피어,20C 유럽의 영웅으로 부각된 처칠등에 이르기까지 정치,경제,문화면에서 후세에 길이길이 남을 굵직한 인물들이 영국에서 배출되었다는 점이다.
영국의 주요 인사들의 출신교를 보면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케임브리지와 외교부,재무부,총리등을 많이 배출한 옥스포드로 영국을 대표하고 리드하고 있다는 점이며 역사학자인 마틴 위너는 19C말 영 국 경제가 쇠퇴한 원인을 산업정신의 쇠퇴에서 기인하며 특히 사립학교와 옥스브리지를 지목했다.기라성같은 지식인을 배출했으면서도 타국에서 보면 영국인은 ’이론을 싫어하고 실용성에 자부심을 가지며 지성보다 인격을 중시한다’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9C초 세상의 정상에 오른 영국인들의 자부심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국가(國歌).국기.복장.기원에 대한 신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영국인의 성숙함과 내적 자기신뢰의 표식이라고 믿어야 할 것같다.섬나라 영국에 대해 관심과 지적 호기심이 있는 분은 꼭 읽을 가치가 있는 도서라고 생각하며 추천하고 싶다.
책소개
"영국적인 것(britishness)", 즉 영국만의 독특한 국민성과 정체성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영국사: 보수와 개혁의 드라마>에서 영국사의 제도적·정치적 측면을 다룬 박지향 교수가 이번엔 영국의 문화와 정신을 분석했다.
책은 지난 영국 역사를 통해 영국인들의 국민정체성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논의되었는지, 그들의 환경과 몸과 신화와 정신이 어떻게 "영국적"이라는 개념 안으로 융합되었는지를 추적한다. 날씨와 풍경, 근대 스포츠, 남성성, 여성해방, 신화 만들기, 대학과 지식인 등의 분야에서 "영국적인 것"이라고 주장된 것들과 이에 대해 언급한 처칠, 엘리자베스 여왕, 버지니아 울프와 조지 오웰 등의 사례를 살펴본다.
영국민을 구성하는 켈트족, 아일랜드인, 잉글랜드인 사이의 미묘한 차이에도 주목하면서, 100여장의 도면과 5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을 통해 향후 영국의 모습을 진단한다. 그리고 한국 독자들에게는 "한국적인 것"을 찾아나가고 만들어나가는 작업에 관한 성찰을 제안한다.
목차
머리말
1장 환경
1. 존 불의 왕국, 브리타니아의 제국
2. ‘전원적’ 잉글랜드
3. 대니얼 디포가 밟은 영국 땅
2장 몸
4. 스포츠가 처음 태어난 나라
5. 남자다움의 문화
6. 스포츠와 여성 해방
3장 신화
7. 아서왕과 로빈 후드: 전설의 두 영웅
8. 엘리자베스 1세: ‘처녀왕’의 신화
9. 처칠: ‘유럽’의 영웅
4장 정신
10. 엘리트의 요람, 대학
11. 지식인들: 도덕군자, 동성애자, 반역자
12. 조지 오웰: 사회주의를 비판한 사회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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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19세기 들어 과거의 신사 개념과 다른 남성성이 대두했다. 아니, 그보다는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이 신사다움을 취해서 '남자다움'으로 바꾸었다고 말하는 편이 차라리 옳을 것이다. 처음에 남성성은 기독교적 성숙함을 받아들여, 경건·정직·진실성, 그리고 이기적이지 않은 인격체에서 구현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이후 육체적 힘, 근육, 굳게 다문 입술, 모험, 인내 등과 연결되었다.
그러한 남성성의 성립 과정에서 사립학교와 스포츠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단체의식과 페어플레이 정신은 경기장의 테두리를 넘어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스포츠 애호주의와 냉혹한 제국주의적 남자다움의 고양이 너무 지나쳤다고 판단되자, 20세기 초에는 단체 활동보다는 개인과 순결한 남자다움을 강조하는 쪽으로 변화했다. 물론 육체적 강건함은 당연한 요소였고, 보이스카우트를 조직한 배든 파월이나 '백인의 짐'을 노래한 키플링은 남성적 덕목에 '훌륭한 외모'를 결부시켰다. - 본문 221쪽에서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박지향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서양사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뉴욕주립대학교(스토니브룩 소재)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 프랫대학교와 인하대학교를 거쳐 1992년부터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서양사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다. 도쿄대학교와 케임브리지대학교 연구원으로 활동했고,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장(2011~2015), 한국영국사학회 회장,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대통령 소속 인문정신특별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영국사와 서양근현대사 전공으로 민족주의와 제국주의를 집중 연구했으며 지난 10여 년간 영국, 아... 더보기
최근작 : <윈스턴 처칠, 운명과 함께 걷다>,<평등을 넘어 공정으로>,<제국의 품격> … 총 33종 (모두보기)
박지향(지은이)의 말
아마도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영국적인 것을 구성하고 유지해 준 요소들이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영국적인 것이 약해지면서 잉글랜드적인 것, 스코틀랜드적인 것 등으로 돌아가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영국이 앞으로 ‘잉글랜드가 주도하는 통일국가’보다 좀더 ‘평등하고 혼성적인 연합국가’로 나아가리라는 점이다.
평점 분포
7.2
학교에서 수업에 쓰느라 삿는데 좋네요ㅋㅋㅋ
퓨어 브라이트닝 2008-09-13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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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정치, 사회, 문화 전반적인 것에 대하여 잘 말하고 있다.
거북이 2015-02-13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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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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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
아직은 저자가 현직(서울대 서양사학과)에 있을 때의 책이지만 지나친 영국 편향이 잘 드러났다. 영국을 문화적으로 잘 설명해주지만 종종 그녀의 편향이 드러난다. 특히 사회주의 비판과 같은. 근대는 마치 영국만 있는 듯한 인상도 준다. 위의 책처럼 학술서가 아닌 대중서로 출간된 책으로 영국 이해에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나는 거부감이 강했다. 저자의 영국 사랑이 내겐 독이었다.
knulp 2020-03-22 공감(21)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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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
야만의 땅 유럽에서도 가장 서쪽에 위치한 세계의 끝.
로마조차 완전제패를 바라지 않은 야만의 땅.
그러나 가장 먼저 산업혁명을 이룩하고 본토의 100배에 달하는 식민지를 건설했으며, 민주주의를 활짝 꽃피웠으면서도 아직도 계급에 의한 너그러운 외면을 수행하는 나라. 단 한 번도 전쟁에서 패한 적 없지만 세계 최강의 자리를 넘겨주고 저물어가는 태양을 바라보는 늙은 사자. 인도주의와 믿음을 외치며 식민지인들을 탄압하고 수탈했던 선구자. 남유럽인들처럼 개방적이지 않고, 북유럽인들처럼 냉정하지 않은 점잖음을 유지하면서도 폭발이라 할만한 훌리건의 원산지인 이상한 나라.
그러기에 영국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영국의 어떤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 이 책 [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은 무척 괜찮은 길잡이가 될 듯하다. 역사와 그 이전의 무엇을 통해 영국인들의 자부심과 정체성이 어떻게 태어나 어떻게 성장해왔는지부터 살펴보는 이 책은 부제처럼 ‘문화로 읽는 영국인의 자화상’을 한눈에 비추어 준다.
영국을 좋아하는 나에게 무척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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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y04 2006-09-25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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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문화의 정체성
박지향 교수의 <클래식 영국사>를 재밌게 읽어 기대를 했던 책.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리다 보니 2006년 나온 책이라 시의성에서는 다소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토니 블레어 시대까지만 나오고 유럽연합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
요즘 이슈를 다룬 개정판이 나오면 더 멋진 책이 될 듯 하다.
500 페이지에 달하는 두께 때문에 처음에는 다소 긴장했는데, 문화사라 그런지 생각보다 쉽게 잘 읽힌다.
영국인의 성향과 문화적 배경, 특히 근대 문명을 일군 영제국의 자부심의 기저를 쉽게 설명해 주고 있어 흥미로웠다.
여전히 왕조와 계급 사회를 유지하고 있는 영국만의 독특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 브리튼 왕국 내의 민족주의 갈등과, 자유와 전원 생활, 자조 전통, 신사, 스포츠맨십 등등 영국인의 문화적 정체성을 새롭게 알게 됐다.
마지막에 실린 조지 오웰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워 그의 여러 저작들을 다시 읽어 볼 생각이다.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국가라기 보다는, 엘리트에 의해 이끌어지고 그들이 노동계층을 위해 복지라는 시혜를 베푸는 것이 기본 배경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여전히 계급이 잘 유지되고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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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14-12-17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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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창을 통해 바라본 영국의 역사
마르크스(K. Marx)의 등장과 함께 경제결정론이 등장했다. 경제결정론은 말 그대로 경제가 사회, 정치, 문화 등을 결정한다는 이론이다. 여기서 그 유명한 상부-토대 설명이 나온다. 마르크스에 의하면 경제는 토대다. 사회, 정치, 문화 등은 토대 위에 설립된 상부다. 토대가 변하면 상부구조는 자연히 변하게 된다. 마르크스는 역사를 경제의 변화로 읽었다. 마르크스의 경제결정론은 이후 많은 학자들의 반박을 받았다. <영국노동계급의 형성>을 쓴 톰슨(E.P Thompson)은 문화의 능동성을 이야기하며 생산방식 자체가 계급을 결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생산방식 외에 개인이 생각하는 계급의식, 즉 문화도 계급형성에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알튀세르(L. Althusser)는 더 나아가 경제나 문화나 사회구조에 영향을 끼치는 한 요소에 불과하며, 각각의 요소들은 서로 끊임없이 영향을 받으며 사회구조를 형성한다고 보았다.
모든 논쟁이 그렇듯, 톰슨과 알튀세르의 생각이 전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을 통해 문화도 역사를 읽는 하나의 기준이자 도구가 되었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하더라도 국사책의 모든 챕터는 이런 식으로 구성되었었다. “1.고려시대의 성립 2. 고려시대의 정치적 변화 3. 고려시대의 경제적 발전 4. 고려시대의 문화” 항상 문화는 마지막이었다. 내용도 정치나 경제 부분과 달리 그저 악기, 그림, 소설 등의 작품 등의 나열로 이뤄졌다. 하지만 문화를 통해 역사를 바라보려는 학문이 끊임없이 생성된다는 점에서도 문화가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대 서양사학과 박지향 교수가 쓴 <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은 이런 시대의 흐름을 잘 반영한 역사서이다. 저자는 영국성(Englishness)이 무엇인가란 질문에서 시작하여, 영국의 역사를 형성하고 이끌어온 문화적 요인들을 찾아낸다. 문화는 하나의 단어에 포함시키기 힘들 만큼 다양하고 복잡하게 이뤄져있다.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형성된 자연스런 부분과 지배자들이 통치를 위해 형성한 인위적 부분이 합쳐져 문화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역사 속에 형성된 문화를 분석하기 위해 저자는 환경, 몸, 신화, 정신이란 카테고리를 이용한다.
영국의 시인 오든(W.H Auden)은 '헉과 올리버'(Huck and Oliver)란 에세이를 통해 영국과 미국의 문화를 설명했다. 마크 트웨인(Mark Twain)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과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의 ,올리버 트위스트Oliver Twist>를 통해 두 문화를 비교했다. 다양한 비교 중 자연에 대한 묘사의 비교가 나온다. 마크 트웨인은 미국의 자연을 두려움의 대상, 그래서 지배해야 할 대상으로 묘사했다면 디킨스는 고향, 낙원, 내가 쉴 곳으로 묘사를 해놓았다. 이처럼 영국인들은 자연을 통해 전원적 이상을 꿈꾸었다. 철저한 계급사회, 급격한 산업화 속에서 영국인들은 현실과 대조되는 이상을 시골 자연에 투영했던 것이다. 그 결과 풍경화가 컨스터블(J. Constable)과 터너(J.M.W Turner)가 국민화가로 추앙받게 된다. 여기에 더해져 영국 지배세력은 1900년 중반 파시즘과 같이 외부 세계가 특별히 위협적으로 보일 때, 안전하면서 아름다운 영국의 자연을 잉글랜드 찬양과 연결시켰다. 애국심이 전원적 잉글랜드 이상과 연결되었던 것이다.(83쪽) 자연스럽게 또는 지배세력에 의해 영국인들은 시골 풍경을 전원적 이상의 장소로 생각하게 되었다.
‘몸’에서는 스포츠를 통해 영국인의 문화를 설명한다. 이 장을 보면 왜 영국인들이 축구에 목숨을 거는지 알 수 있다. 스포츠가 막 싹 트던 18세기, 영국은 가장 먼저 산업화를 이룩하였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수입이 증대되었고 잉여수익을 스포츠 관람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철도가 건설되는 등 산업상의 발전으로 대중이 좀 더 쉽게 스포츠를 접할 수 있었다. 동시에 지배세력은 19-20세기 사회적 다윈주의의 대두와 함께 스포츠와 국민 정체성을 연결시키려 했다. 그 결과 다양한 스포츠가 가장 먼저 영국에서 싹 틀 수 있었다.
특히 영국인들은 축구에 열광을 하였다. 이는 영국인이 생각하는 이상적 인간상, 엄밀히 말하면 남성상과 연관이 있다. 사실 신사다움이 영국의 이상적 남성상이었다. 신사는 점잖고 예의바르고 자존심을 지키고 조국에 충성해야 했다. 하지만 신사의 이상은 그 어원에서 드러나듯 계급적 요소를 많이 지니고 있었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막대한 유산The Great Expectation>에서 주인공 핍이 보여주듯 하층민은 신사가 될 수 없었다.(184쪽) 결국 중간계급이 세력을 얻으면서 엘리트층의 신사다움은 남자다움으로 변해갔다. 물론 남자다움의 구체적 내용은 시대에 따라 변했다. 하지만 1830-40년대 찰스 킹즐리(Charles Kingsley)가 ‘강건한 기독교도’를 주창하면서 육체적 강건함이 중요한 남자다움의 요소로 떠올랐다. 이런 이상은 이튼과 같은 사립학교에 의해 확산되었다. 자연히 사립학교를 중심으로 축구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축구는 당시의 남성다움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스포츠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존의 신사다움적 전통을 계승하는 기독교적 남성성이 강조되었기에 강건한 육체성 외에 도덕적 남성성이 강조되었다. 사립학교들은 축구를 통해 협동정신, 희생정신, 페어플레이등을 지도했다.(물론 19세기 제국주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참여보다 승리가 더 중요하게 여겨졌다. 훌리건의 등장은 19세기 제국주의 전통의 산물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신화’에서는 아서왕과 로빈 후드, 엘리자베스 여왕과 처칠 수상의 신화를 통해 영국성을 살펴본다. 아서 왕은 지배세력에 의해 확산된 신화였다. 아서는 출중한 군사지도자로서 군사적 영광을 강조하면서 충성과 통합을 고무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반면 로빈 후드는 자유롭게 태어난 잉글랜드 사람이란 영국인의 정체성을 강화해주었다.(300쪽) 엘리자베스 여왕과 처칠 수상의 신화 속에서는 지배세력이 국가의 통치를 위해 어떻게 신화를 만들어내는지가 잘 나타나있다. 즉 여성이자 처녀였던 엘리자베스 여왕은 자신의 불확실한 권력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통해 신화를 만들었다. 당시 대중적 인기를 누린 존 폭스(John fox)의 <순교자 열전The Book of Martyrs>이나 홀린세드(R. Holinshed)의 <연대기Chronicles of England>등은 엘리자베스 여왕을 결단력 있고 천리안적 시각을 지닌 통치자로 묘사하는 목적론적 서사를 만드는데 공헌했다.(310쪽) 처칠 역시 영국을 2차 대전 독일의 공격에서 구해낸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하지만 사실 처칠은 60년간 하원에 있으면서 많은 실수를 한 인물이었다. 대표적인 실수 중 하나는 1차 세계 대전 당시 다르다넬스 작전의 실패. 작전의 실패로 영국군인 2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내무장관, 재무장관 시절에는 노조를 무자비하게 탄압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2차 대전에서 주전론을 내세우며 영국을 구해냈다. 또 빼어난 화술로 영국민을 사로잡았다.(1940년 5월 13일 하원에서 한 연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피와 노고와 눈물과 땀밖에는 줄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끝으로 영국 지식의 전통을 살펴본다. 영국인들은 대륙 유럽인들과 달리 이론을 싫어하고 실용성에 자부심을 가지며 ‘인격이 지성보다 중요하다’고 배우고 그렇게 간주한다.(431쪽) 이런 전통 속에서 등장한 사람들이 공적 도덕론자다. 지식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도덕적 의무감이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존 스튜어트 밀(J. S Mill)이다. 밀은 사회적 약자의 대변자 역할을 떠맡았으며 동시에 그들을 비판하고 훈계하는 도덕적 엄정함도 지니고 있었다.(440쪽)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에어총독 사건이다. 에어(E. J Eyre) 총독은 자메이카에서 반란이 일어나자 계엄령을 선포해 반란군 지도자를 처형했다. 하지만 밀은 에어의 행동은 도덕적으로 용서될 수 없다며 재판을 통해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밀은 반제국주의자는 아니었지만 제국은 도덕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런 모습은 전통적 영국 지식인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물론 그런 엄격한 도덕과 의무감에 반발하여 케인즈(J. M Keynes)를 위시한 블룸즈버리 그룹이 등장한다. 그들의 특징은 엘리트 문화와 지적 능력에 대한 절대적 믿음과 성적 관계의 완전 개방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들은 엘리트 문화를 지키려고 애를 썼으며 과거의 지식인들을 둘러싸고 있는 신화를 해체했다. 예를 들어 블룸즈버리 그룹 멤버인 스트레이티(M. Straight)는 기존의 명사들을 유능하지만 괴팍하고, 목표달성을 위해 주변사람들을 무자비하게 혹사한 사람들로 묘사한다.(446쪽) 기독교 신화도 해체하려 했으며 동성애로 내부의 결속을 다졌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케임브리지의 스파이가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케임브리지 스파이들은 케임브리지를 졸업하고 영국의 외무성 등에서 고위관료로 활동하던 인물들로 KGB에 포섭되어 스파이 활동을 하였다.)
<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은 다양한 키워드를 바탕으로 영국의 오랜 문화를 구석까지 훑는 방대한 역사서다. 영국의 문화는 그 복잡성만큼이나 짧게 정의내리기 어렵다. 때론 영국인들의 삶을 통해 형성된 반면, 일부는 홉스봅(E. Hobsbawm)의 주장처럼 지배세력에 의해 만들어진 문화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 연구는 자칫하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더 나아가 특정 문화에 대한 편견을 갖게 할 수도 있다. 그 만큼 더 정확하고 엄밀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럼 점에서 다양한 문헌과 사실들을 묶어 가능한 객관적으로 문화를 분석한 <영국적인..>의 장점은 더욱 크게 보인다. 이는 저자가 역사가로서 갖고 있는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2000년 들어와서 우리 사회엔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복잡한 요소들은 쉽고 간략하게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러하다. 좋은 역사와 나쁜 역사로 간단하게 재단된다. 개인을 생각해보자. 다양한 변수와 상황들에 영향을 받는다. 자연히 자신을 포함한 개인은 한 단어로 규정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하물며 무수한 개인이 만들어낸 역사는 얼마나 더 복잡하고 다층적이겠는가. 처칠에 대한 저자의 평을 통해 우리가 역사에 대해 가져야 할 자세를 생각해본다.
“처칠은 위인이었다기 보다 거인이었다. .....거대한 만큼 업적도, 실수도 다른 사람들의 그것보다 컸다. 처칠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역사적 인물에게 어던 잣대를 적용해야 하는가를 숙고하게 만든다. 인간의 삶과 역사적 과정의 다원적이고 다층적인 면을 이해하지 못하는 역사가 옳은 역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처칠의 생애와 그에 대한 기억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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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수토 2009-10-06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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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적인,너무나 영국적인
2012년 올림픽의 개최국가,영국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싶었다.제목이 말해주듯 너무나 영국적인 것이 무엇일지를 한 숨에 알아낼 수 있을 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영국에 대한 지식은 보수적이며 실용적인 국민성에,19세기 제국주의로서 전세계에 위용을 과시한 대국의 이미지,안개와 비가 많은 해양성 국가,내성적이며 거리를 두는 인간관계,의회민주주의가 가장 먼저 확립한 나라라는 지식정도 일것이다.
잉글랜드적인 것(Englishness)과 영국적인 것(Britishness)란 무엇일까란 호기심으로 읽어 내려 갔다.20C말 동구권의 몰락과 함께 유럽통합이 구체화되면서 영국은 다민족국가로서 영국성(性)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자문이 쏟아져 나왔다 한다.
총 4개의 분야(환경,몸,신화,정신)로 나뉘어져 있는데 환경편에서는 영국의 1천 년 역사 속에서 최초의 의회,앞선 산업혁명,19C 세계 최대의 제국,근대세계의 거의 모든 과학적 발명,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른 용기백배한 정신 속에 약자를 위해 과감히 일어나고 그들만이 갖는 독립성이라고 압축한다.또한 그들은 시골을 향한 동경의 발로로서 "잉글랜드는 시골이고 시골이야말로 잉글랜드"라고 할 정도로 아늑함을 선호한다고 한다,놓칠 수 없는 얘기 가운데엔 변덕스러운 날씨 관계로 일상 대화 속에 비,바람등 단골로 등장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두번째는 정치.경제.사회적 결과를 야기하는 중요세력으로 스포츠를 꼽고 있는데 그 정신은 기사도 정신의 변형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페어플레이 개념이 발달했으며 충분한 여가시간과 수입 증대,교통수단의 발전으로 인해 화려한 프로축구가 등장하고 초기엔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는 목표로 부패와 비리를 자극하는 부정적 결과를 잉태하기도 했다고 한다.특히 1970~80년대 폭력전 홀리건의 하부문화로 인해 영국의 스포츠 전통을 훼손하는 심각한 현상으로 각인되기도 했으며 귀족과 신흥부자들이 보내는 이튼과 해로라는 사립학교가 등장하면서 다수의 정치.사회 엘리트를 배출했지만 기율이 엄격하지 못해 학생들간의 고문,구타,린치,동성애등의 사회적 문제점도 제기되었다.남학생들만의 생활로 인한 성의 억눌림등의 표출이었다는 견해도 있다.
아서 왕과 로빈 후드의 서사시를 통해 그들을 전설상의 영웅으로 즐겨 찾고 있으며 그들은 잉글랜드성(性)을 구현하는 존재가 되며 영국인들의 집단적 심성에 깊게 연계되어 있는 엘리자베스 1세는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퇴시킨 일로 위대한 영국인으로 칭송받고 있다는 것이다.그외 아이작 뉴턴,셰익스피어,20C 유럽의 영웅으로 부각된 처칠등에 이르기까지 정치,경제,문화면에서 후세에 길이길이 남을 굵직한 인물들이 영국에서 배출되었다는 점이다.
영국의 주요 인사들의 출신교를 보면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케임브리지와 외교부,재무부,총리등을 많이 배출한 옥스포드로 영국을 대표하고 리드하고 있다는 점이며 역사학자인 마틴 위너는 19C말 영 국 경제가 쇠퇴한 원인을 산업정신의 쇠퇴에서 기인하며 특히 사립학교와 옥스브리지를 지목했다.기라성같은 지식인을 배출했으면서도 타국에서 보면 영국인은 ’이론을 싫어하고 실용성에 자부심을 가지며 지성보다 인격을 중시한다’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9C초 세상의 정상에 오른 영국인들의 자부심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국가(國歌).국기.복장.기원에 대한 신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영국인의 성숙함과 내적 자기신뢰의 표식이라고 믿어야 할 것같다.섬나라 영국에 대해 관심과 지적 호기심이 있는 분은 꼭 읽을 가치가 있는 도서라고 생각하며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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