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uly 30, 2021

호주를 인종차별 국가로 가르치겠다고?..교육과정 개편에 보수진영 십자포화

호주를 인종차별 국가로 가르치겠다고?..교육과정 개편에 보수진영 십자포화:



호주를 인종차별 국가로 가르치겠다고?..교육과정 개편에 보수진영 십자포화이금종 입력 2021. 07. 06.
 




지난 2015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은 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느냐의 문제가 교육 제도를 넘어 정치 문제로 비화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현재 교육 과정 개편이 진행 되고 있는 호주에서도 보수 세력이 개정 교육과정 초안에 조직적으로 반발하며 이념 대결로 치닫고 있다.

교과 개정은 ‘친좌파’의 도구라는 보수진영


첫 '포문'은 보수적 싱크탱크인 공공문제 연구소(Institute of Public Affairs)에서 쏘아 올렸다.

개정 교과 과정을 '교육을 통한 (정치)운동'으로 규정한 연구소는 학교 교육이 학생들을 '친좌파', '반기독교', '반호주' 성향으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며 5월부터 교과 개정 반대 캠페인을 벌였다.

공공문제 연구소는 설문조사 결과를 내세워 일반 시민들은 '호주의 역사와 정체성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을 가르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번 교육 개정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설문에 사용된 문구가 특정 응답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아 조사의 신뢰성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교과 개정 과정에서 드러난 호주판 ‘백래시’

교과 과정 개정 논쟁은 6월 말 연방 상원에서 '비판적 인종 이론'(Critical Race Theory)을 교과서에 넣지 못하도록 하는 동의안이 통과되며 분수령을 맞았다.

대중에게는 생소한 ‘비판적 인종 이론’은 인종차별과 혐오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로 접근하는 학술 이론으로 최근 미국 내 보수 진영의 대대적 공격을 받으며 논쟁의 중심에 섰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언론 폭스뉴스는 지난 서너 달 사이 1,300회 이상 비판적 인종 이론을 언급하며 의제를 주도했다. 그리고 이는 텍사스 등 보수 성향의 주에서 비판적 인종 이론 교육을 금지하는 법안으로 귀결됐다.

교육 과정 개편을 두고 드러난 호주 보수 진영의 움직임 역시 미국 사회의 인종주의적 백래시(사회의 변화에 대한 반발)와 궤를 같이한다. 호주판 인종주의적 ‘백래시’인 것이다.

‘비판적 인종 이론’을 교과서에서 제외시킨 상원 동의안을 주도한 이는 원네이션(One Nation)의 폴린 핸슨(Pauline Hanson) 의원이다. 그는 개정 교육과정이 호주인의 정체성을 ‘부끄럽고 반성해야 하는 것’으로 세뇌시킨다고 비판했다.

비판적 인종 이론이 ‘미국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유발하는 거짓 이론’이라고 강조한 트럼프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




◆극우 정당 원 네이션은 '호주식 삶의 방식'에 소구함으로써 지지를 얻는다. ©게티이미지

결국은 백인 중심 국가 드러낸 것?

호주 사회는 미국과 달리 우려할 수준의 인종 갈등이 없고 다문화 사회의 공고화에 비교적 성공했다는 내외의 평가가 많았다. 또한 호주 극우 세력이 비록 정치권에 오랜 기간 존재해왔지만 유의미한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던 터라 '비판적 인종 이론'에 반기를 든 이번 동의안 통과는 다양한 분석을 낳고 있다.

퀸즈랜드대학교 저널리즘 교수인 리처드 머레이(Richard Murray) 박사는 ‘호주식 삶의 방식’에 대한 희구가 호주인 저변에 보편적으로 존재함을 보여준 것이라 분석했다. 나아가 이런 경향이 호주에서 제도화되고 정착한 인종, 문화적 다양성과 각 개인들이 가진 다양성 인식 수준 사이의 괴리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다문화 사회 진입을 선언한 지 10년이 넘은 한국 사회에서 인종 및 소수자 갈등은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대표적인 다문화 국가인 호주에서 인종 교육을 둘러싼 갈등 양상은 후발 다문화 사회인 한국에 나타날 논쟁의 틀을 제공할 수 있기에 그 귀추가 주목된다.

호주 브리즈번 = 이금종 글로벌 리포터 kumchong.lee@gmail.com


■ 필자 소개

브로드캐스터 - Speak My Language

옥외광고센터 해외통신원

퀸즈랜드 대학교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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