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체벌에 관대한 호주 여론, 왜?
이금종 | 2021. 05. 31 | 343 조회
법으로 '합리적 체벌' 인정하는 호주
체벌 찬성 여론도 반대보다 우세
체벌 인식 재고 필요
아동권 보호에 엄격하다고 알려진 호주. 하지만 여전히 '합리적(reasonable)' 체벌을 합법의 영역에 두고 있다.
호주 여론도 체벌에 관대한 편으로 보인다. 2019년 호주 전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체벌 찬성은 47%, 반대는 38%에 그쳤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찬성 비율도 높았는데, 이는 유년기에 겪은 체벌 경험이 본인에게 유해하지 않았다는 믿음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유아동기에 겪은 체벌 경험이 성인이 된 후 배우자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가 잇따르면서 체벌에 대한 호주 사회의 시각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호주 퀸즈랜드 공과대학 연구원 엔젤리카 폴센이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최근 연구 동향에 따르면 체벌 역시 심각한 폭력과 학대와 마찬가지로 아이의 스트레스와 두려움을 키우며 이는 배우자 폭력의 전조인 폭음, 우울, 반사회적 폭력성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62번째로 체벌 금지 국가가 됐지만 호주는 여전히 합리적 체벌을 인정한다. ©'아동폭력 근절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Global Partnership to End Violence Against Children)
한국은 지난 3월 세계 62번째로 아동 체벌 금지 국가가 되었다. 반면, 학교와 가정의 '합리적 체벌'을 법으로 호주. 문제는 법에 ‘합리적 체벌’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호주 개별 주 가운데 합리적 체벌의 범위를 명문화 하고 있는 곳은 시드니(Sydney) 시가 속한 뉴사우스웨일스(New South Wales)주 정도다.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아동보호와 신체적 학대에 관한 법률(Crimes Amendment Act 2001: Child Protection-Physical Mistreatment) 제 89조는 아동의 머리나 목에 가하는 체벌 및 고통이 "단기간"(short period of time) 이상 지속되는 체벌을 금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단기간’이 어느 정도인가는 명확치 않다.
체벌은 양육자의 사적인 권리이며 이러한 ‘사적 영역’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호주인의 성향 때문일까? 호주 성인들도 법적 체벌 금지에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한국의 체벌 금지 선언과 호주의 '합법적 체벌 허용’은 극명히 대비된다. 혹자는 여기서 예상 밖의 '선진국의 민낯'을 다시 발견할지도 모른다.
호주가 아동 체벌 금지를 명확히 법에 명문화하기까지는 아직 멀어 보인다. 한국 또한 형식적인 법 조항을 넘어 진정 아동이 살기 좋은 사회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호주 브리즈번 = 이금종 글로벌 리포터 kumchong.lee@gmail.com
■ 필자 소개
퀸즈랜드 소수민족 협의회 팟캐스터
옥외광고센터 해외통신원
퀸즈랜드 대학교 PhD
Australia Awards - Kapyong Commemorative Scholar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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