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October 8, 2019

한인네트워크 웹진



한인네트워크 웹진








“자기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하라.”


호주 시드니에 본사를 두고 뉴질랜드를 포함 450개 관리매장에 직원 2천여 명을 거느린 청소용역업체 제마이홀딩스그룹 이숙진(49.여) 대표는 자신의 성공 비결을 이 한마디로 요약했다.


이 대표는 18세 때 부모를 따라 호주로 건너간 뒤 부친 이재경 회장을 도와 제마이홀딩스그룹을 연매출 7천500만호주달러(2010년 기준. 한화 830억 원) 규모의 오세아니아주 한인 최대기업으로 키워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1억호주달러.

여성가족부가 주최한 2011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이 대표는 “자신이 지금까지 해왔고, 가장 익숙한 것이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장 위주 시스템 전환으로 ‘비약 성장’ 이 대표는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아버지의 청소용역 사업을 거들어 왔기에 청소가 가장 자신 있는 일이었다”면서 “아버지가 이민 초기에 정직과 근면으로 경영 기반을 다졌다면 나는 그 바탕위에 새로운 경영시스템을 도입해 사업을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2남3녀 중 맏이인 이 대표는 학업 틈틈이 현장에 나가 청소 작업을 도왔다. 그는 세인트조지TAFE 대학에 입학해 비서학과 속기를 공부했는데, 속성으로 영어를 배우고 싶었지만 어휘력이 부족해 많은 고충을 겪었다. 어느 정도 영어가 습득된 후에는 경영학과 회계학을 공부했다. 전공을 살려서 취직시험을 보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좋게 해석했다. 그때 자신이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더라면 지금의 경영자 이숙진은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것. 당시 열정적으로 했던 공부도 지금 그녀에게 가장 쓸모가 있는 ‘원료’가 되고 있다고 한다.

이 대표의 아버지이자 제마이홀딩스그룹 창업자인 이재경 회장은 경기 동두천시의 한 미군부대에서 근무하다 1976년 호주로 이주했다. 서부 호주 댐피어에서 광산노동자로 2년을 일하며 정착 비용을 마련한 이 회장은 한국에 있던 가족을 불러들였다.


광부 외의 다른 직업을 찾고 있던 그는 한국 이민자로서는 처음으로 상업용 건물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업은 이민자가 목돈을 만질 수 있는 드문 직종이었다. 직업에 귀천을 따지지 않는 호주에서도 이 직업은 3D(dirty, dangerous, difficult) 업종에 속했지만 이민자가 도전해볼 만한 직종이었다. 이 업종은 호주의 역대 이민자 그룹이 아일랜드계-이탈리아계-동유럽계-터키계-한국계-베트남계-중국계 등으로 승계된 분야다.


이 회장은 청소 경험이 별로 없었지만 일거리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상업용 건물 청소용역회사를 설립했다. 수많은 한국 동포가 이 회사를 활용했다. 청소업 초기엔 이 대표도 아버지, 오빠와 함께 현장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다. 1년 남짓 현장에서 힘든 청소일을 했던 이 대표는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사무실 관리와 경영업무를 맡았다. 학교에서 배운 경영과 회계 등이 실무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현대식 경영기법을 잘 모르는 아버지에게 이 대표는 끊임없이 새로운 시스템을 소개했다. 구식 경영으로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는 매출액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부녀간의 갈등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그는 아버지를 설득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

2000년을 기점으로 호주 전국 단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새로운 경영기법을 과감하게 도입했다. 처음에는 이재경 회장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전처럼 반대하지 않았다.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한 다음 그는 일시적인 구조조정 작업도 했다. 본사 직영시스템을 대폭 완화해서 현장 위주의 팀장 시스템으로 바꾼 것.



이후 노동시장의 유연화,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등 세계화 바람이 호주에도 거세게 불어 닥쳤을 때 제마이홀딩스는 이미 구조조정을 마친 뒤였기 때문에 그것이 오히려 기회로 작용했다. 시드니 일대에 국한되었던 사업장도 호주 전역으로 확대됐다. 2006년부터는 뉴질랜드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이 대표는 “고객은 간단명료한 것을 원한다. 게다가 지금은 인터넷으로 일을 처리하는 시대다. 제마이홀딩스그룹이 그런 시대적 요구를 미리 간파하고, 사전에 자동화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해두었기 때문에 타 회사와의 입찰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고 자부했다.


2009년 7월9일 창사 30주년을 맞은 제마이홀딩스그룹은 대지 7500㎡의 신사옥을 마련해 입주했다. 이때 네이슨 리스 NSW 주총리가 참석해서 ‘오픈 테이프’를 끊고 축사를 했다. 그의 첫 한인 행사 참가였다. 이민자 소유 회사가 첨단시스템을 활용해서 획기적인 고용창출을 이뤘기 때문이었다.





한인 위상 제고 위한 ‘한글매체’ 운영
호주에는 일간지, 주간지, 월간지 등 여러 개의 한인 언론매체가 발행되고 있다. 그 가운데 이 대표가 발행인으로 있는 주간지 ‘톱뉴스’는 주간지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올해로 창간 21주년을 맞이했다. 아울러 한인여성을 위한 월간지 ‘톱우먼’도 6년째 발행하고 있다.

각종 문화행사를 주관하는 것도 ‘톱미디어 그룹’의 몫이다. ‘톱뉴스’는 창간 3주년 기념으로 ‘미당 서정주 시인 초청 문학회’를 열었고, 2005년에는 ‘박완서 초청 문학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2009년 11월엔 이명박 대통령의 호주 국빈방문에 맞춰 NSW아트갤러리에 ‘한국민화전시회’를 개최했고, 세계 한국어 웅변대회 호주 예선대회도 15년째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미디어 사업을 펼치며 흑자 창출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것보단 동포언론이 호주 한인사회의 얼굴이 된다는 점에서 호주 한인들의 위상을 올릴 수 있는 한글매체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인터넷이 활용되기 전에는 대다수 한인이 한인 언론매체를 통해서 고국사회의 정보를 얻고 교양을 쌓았다”며 “지금은 저작권을 제대로 준수하면서 한글로 호주사회의 뉴스를 제대로 전하는 매체 가운데 하나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인 ‘나눔’을 중시


이 대표는 지난해 3월 뉴사우스웨일스(NSW) 주정부가 제정한 ‘올해의 NSW 여성상’을 아시안으로는 유일하게 받았다. 케빈 러드 호주 연방총리는 이 대표의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시드니로 직접 와 이 대표와 오찬을 갖기도 했다.


러드 총리는 이 대표의 수상에 대해 “기업을 건실하게 운영하면서 2천명의 고용창출을 이뤄낸 것을 존경한다”고 밝혔다.


시드니모닝헤럴드지는 당시 “이 대표는 직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유연한 고용 시스템을 개발하고 노사가 화합하는 분위기를 이끌었으며, 직원들이 평생직장으로 삼을 수 있도록 높은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는 등 경영시스템을 운용해 성공적인 기업을 일궜다”고 보도했다.
대형 쇼핑센터 3개도 운영하고 있는 이 대표는 한인 동포들의 권익신장을 위한 활동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지난 8월 22일부터 열흘 동안 시드니 시내 달링허스트 탭갤러리에서 북한의 인권 실태를 일러스트로 다룬 ‘비밀의 왕국 이야기’ 전시회를 개최했고, 내년에는 뉴질랜드에서도 전시회를 가질 계획이다.

또 지난 7월30일 열린 제16회 세계한국어웅변대회의 호주 예선을 주최했으며, 각종 장학금 지급을 통해 한인 2세들의 한국어 실력 향상과 정체성 확립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는 “우리말과 글을 보존하는 것은 우리 동포들의 사명일뿐만 아니라 자녀 개개인의 장래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시드니대학에 한국학 박사과정을 개설, 학생들에게 3년간 전액장학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하고 1차로 6만 호주달러를 전달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12년 동안 4명의 한국학 박사를 양성할 계획”이라며 “호주 동포가 12만 명이 넘고, 한국의 국격이 갈수록 높아가는 데 아직 호주의 대학 내 한국학을 연구하는 연구원이나 한국학과가 없는 현실이 늘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학과 일본학의 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유독 한국학은 잠잠한 상태여서, 국가 위상에 걸맞은 학자를 양성하는 데 일조하고 싶었다”고 기부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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