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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포인트 315
424쪽
책소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여성으로 꼽히고 있는 마여 앤젤루. 그녀가 살아온 삶의 궤적은 번영과 발전의 빛에 가려진 미국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드러내주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한 영혼의 감동적이면서도 고귀한 성장의 기록이다.
저자 소개
지은이: 마야 안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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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Maya Angelou - Miss Calypso [HQ-180g 오디오파일 LP]>,<엄마, 나 그리고 엄마>,<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 총 307종 (모두보기)
미국의 시인, 작가, 민권운동가. 토니 모리슨, 오프라 윈프리 등과 함께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여성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28년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 부모가 이혼한 뒤 친할머니 손에 자라고, 일곱 살에 성폭행당한 충격으로 열세 살 때까지 말을 하지 않고, 열여섯 살에 미혼모가 되는 등 파란만장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1969년, 자신의 열일곱 살 때까지의 삶을 다룬 자전적 소설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를 발표하며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이후 2013년 마지막으로 발표한 에세이 『엄마, 나 그리고 엄마』에 이르기까지 총 일곱 권의 책을 펴내며, 자신만의 ‘자서전적 소설’ 장르를 구축했다. 그 외에도 여러 권의 시집을 펴냈는데, 1971년에 발표한 첫 시집 『내가 죽기 전에 차가운 물 한 잔만 주오』로 퓰리처상 후보에 올랐다. 다재다능한 마야 안젤루는 가수, 작곡가, 배우, 극작가, 영화감독, 프로듀서, 교수 등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고 마틴 루서 킹 목사, 맬컴 엑스와 함께 민권운동에도 힘썼다. 1993년에는 빌 클린턴의 요청을 받아 흑인 여성 최초로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시를 낭송하기도 했다. 정식 학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노스캐롤라이나 소재 웨이크포리스트 대학의 종신교수직을 받아 1981년부터 2011년까지 꾸준히 학생들을 가르쳤다. 2000년에 국가예술훈장을, 2011년에 대통령 자유 훈장을 받았고, 오십여 개가 넘는 명예학위를 받았다. 마야 안젤루는 2014년 5월 세상을 떠났다.
옮긴이: 김욱동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최근작 : <내가 사랑한 동양 고전>,<내가 사랑한 서양 고전>,<한국문학의 영문학 수용 1922~1954> … 총 272종 (모두보기)
포스트모더니즘을 비롯한 서구문학 이론을 국내에 소개하고 그 이론을 토대로 우리 문학 작품과 문화 현상을 새롭게 읽어 내어 주목을 받았다. 『번역과 한국의 근대』, 『은유와 환유』, 『문학 생태학을 위하여』, 『소설가 서재필』, 『「광장」을 읽는 일곱 가지 방법』,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눈솔 정인섭 평전』, 『세계문학이란 무엇인가』, 『이양하: 그의 삶과 문학』, 『비평의 변증법』, 『궁핍한 시대의 한국문학』, 『번역가의 길』, 『한국문학의 영문학 수용』 등의 저서가 있다. 역서로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 시어도어 드라이저의 『아메리카의 비극』, J.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마야 안젤루의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등이 있다. 현재 서강대학교 인문대학 명예교수로 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미국 문학사상 최고의 자서전
미국을 알기 위해서 꼭 읽어야 할 필독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토니 모리슨,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와 더불어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여성으로 꼽히고 있는 마여 앤젤루. 그녀가 살아온 삶의 궤적은 번영과 발전의 빛에 가려진 미국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드러내주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한 영혼의 감동적이면서도 고귀한 성장의 기록이다.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 미국을 대표하는 흑인 여성 시인의 감동의 자서전적 소설
마여 앤젤루의 자서전 여섯 권 가운데 첫 번째 권으로 세 살 때부터 열여섯 살때까지 유년기에서 사춘기에 이르는 13년 동안의 삶을 진솔하게 기록했다. 이 책은 앤젤루의 저서 중에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걸쳐 가장 널리 읽히는 책이다. 1969년 출판되자마자 선풍적 인기를 끌어 <뉴욕타임스>최장기 베스트셀러로 3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으며, 하퍼 리의 <앵무새죽이기>, 랠프 앨리슨의 <보이지 않는 인간>과 함께 미국의 수많은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필독서로 읽히기도 한다. 보수적인 몇몇 주에서는 <앵무새죽이기>, <보이지 않는 인간>과 함께 금서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인종과 성과 계급이라는 삼중 철망에 갇힌 새, 마여 앤젤루
앤젤루는 금발 백인 소녀인 자신이 마법에 걸려 못생긴 흑인 소녀로 변했다고 믿던 어린 시절부터 이른 새벽에 할머니 가게에 찾아오는 흑인 노동자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고단한 삶의 모습을 목격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마여 앤젤루는 차차 인종차별과 관련된 여러 사건을 겪게 된다. 졸업식에 백인이 와서 훈시를 한다거나, 백인 여주인이 심부름을 해주던 자신의 이름을 제멋대로 바꾸어 부른다거나, 백인 의사가 자기를 치료하기를 거부한 일 등. 그녀는 이토록 철저한 차별에 분노한다. 하지만 그토록 도덕적이고 반듯한 할머니도, 자유분방한 어머니도, 가족 중 어느 누구도 떳떳하게 소리 높여 이에 항의하지 않으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이런 부당함에 대처하며 살아간다. 앤젤루는 이런 가족을 보면서 내재화된 분노를 표출시켜 훗날 흑인 인권운동가로서의 발판을 마련하다.
이 같은 인종차별과 예쁘지 않는 여성으로서 겪는 성차별, 경제대공황기의 가난 등 감수성 예민한 소녀의 눈에 비친 많은 사건들을 마여 앤젤루는 꼼꼼한 눈썰미로 관찰하고 생동감 있게 풀어낸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독자는 그 시대상과 사회상을 마치 그 사회에 살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공감하게 된다.
이 책에서 묘사하는 13년 동안 앤젤루는 할머니에게서 어머니에게로, 어머니에게서 다시 할머니에게로 모두 일곱 번 거처를 옮겨다닌다. 한곳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부평초처럼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 그녀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미 대륙으로 쫓겨와 뿌리 뽑힌 그들의 조상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러한 지리적 이동은 동시에 마여 앤젤루의 정신적 여정 또는 영혼의 순례를 상징하며 마여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삶에 대한 인식과 통찰을 얻는다.
언어의 마술사가 춤추듯 경쾌한 언어로 풀어내는 정감 있는 이야기
여러 권의 시집을 출간한 시인답게 마여 앤젤루는 자유자재로 언어를 요리한다. 그녀의 너무나 생생한 비유와 상징과 위트는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기도 하고, 때로는 분노하게 한다. 오감을 자극하는 요리에 대한 묘사는 금방이라도 침이 흘러나오게 할 것처럼 생생하며, 순박한 흑인들이 함께 모여 소시지를 만드는 정경이나, 마을에 한 대밖에 없는 라디오 앞에 모여 앉아 흑인 권투선수 조 루이스의 권투중계를 들으며 흥분하는 모습은 마치 1960년대 우리나라의 어느 마을을 복사해놓은 듯하다. 절름발이 윌리 삼촌에 대한 묘사, 자신을 문학의 길로 이끈 버사 플라워즈 부인에 대한 묘사 등을 보면 무심한 서술 속에 그녀가 얼마나 사람의 심리를 잘 꿰뚫고 있는지, 그리고 그 통찰력 속에 얼마나 인간에 대한 따뜻한 휴머니티가 살아 숨쉬는지 잘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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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마야 안젤루 저 / 문예출판사]
마야 안젤루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여성으로 꼽히는 작가 겸 배우인데, 이 책은 저자 마야 안젤루의 저서 중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책이다. 2014년 5월 28일, 8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그녀의 성장기를 토대로 인종차별을 겪어야만 했던 흑인으로서의 삶, 여성으로서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다.
세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부모님의 이혼으로 오빠 베일리와 함께 친할머니 집에서 살게 된다. 할머니가 있는 남부 아칸소 주의 스탬프스는 인종차별이 아주 심한 동네였는데, 할머니가 하는 가게에서 자질구레한 일들을 도우며 할머니, 절름발이 삼촌 윌리, 오빠 베일리와 함께 살아간다. 이곳에서 흑인 노동자들의 힘겹고 고된 삶을 가까이에서 보고 느끼게 되고, 흑인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KKK단이 올 거라는 이야기에 삼촌이 통 속으로 들어가 찍 소리도 않고 숨는 모습을 보며 어린 아이는 부당한 인종 차별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자신들을 당연스럽게 차별하는 백인들이나, 부당함을 항의조차 못하고 너무도 당연스럽게 그 차별을 받아들이는 흑인들의 삶을 점차 몸소 경험하게 되는데...
그리고 여덟 살에는 어머니의 집으로 가게 되었지만, 어머니의 남자친구 프리먼에게 강간을 당하게 된다. 어린 나이에 이런 끔찍한 일을 당한 것도 모자라 법정에까지 서게 되고, 아이를 강간한 인간의 죽음으로 인해 아이는 실어증까지 걸리게 된다. 모든 일들이 아이에게는 너무도 끔찍하고 가혹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 후 아이는 다시 할머니에게 돌아가고, 후에는 아버지와 살고, 또 다시 엄마와 함께 살게 된다. 아이는 4년 동안이나 실어증으로 인해 말을 하지 않았는데 이 때 문학을 만나게 되고, 인종 차별을 이겨내고 샌프란시스코의 첫 흑인 전차차장이 되기도 하는데.. 그리고 열여섯 살에 아들을 낳아 미혼모라 불리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처음에 이 책을 접할 때는 인종 차별과 성차별, 계급 사회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단순한 소설책인 줄 알고 책을 들었다. 하지만 이 책 속의 너무도 안타까운 이야기가 미국의 가장 위대한 문학인이자 사상가였던 마야 안젤루의 실제 삶이 담겨 있는 자전적 소설이었고, 세 살 때부터 열여섯 살 때까지의 모습을 너무도 생동감 넘치게 그려냈으니 그 당시의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엄마의 품 속에서 한창 애교떨고 투정부려야 마땅할 나이에 이 작은 소녀가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옮겨다니면서 겪는 일들은 너무 안쓰러웠으며 사람들의 태도에 분노가 일었다.
요즘에는 뜸해졌지만 알게 모르게 아직도 인종 차별은 존재하고 계급으로 인해 사람을 평가하고 여성으로 살기에는 위험한 일이 많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제일 심했던 당시 그 모습을 너무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어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 인간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피부색이 다른 것이 과연 문제가 되는 것인지, 밑바닥 성품을 가지고 있으면서 사회적 지휘와 계급만 높으면 무엇할 것인지, 아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은 그렇게도 만들기 힘든 것인지... 그녀의 삶을 접하면서 상상도 못할 삶의 무게에 가슴이 너무 아팠고, 그것을 극복하고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고, 또한 여성운동가, 흑인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다 삶을 타계한 그녀가 참 존경스러웠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들끼리 평등하게 서로 도우면서 함께 즐거운 삶을 살아야 진정으로 후회없는 삶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때로는 재미있고, 때로는 흥분하고 분노하고, 때로는 감동받으며 이런 저런 여러가지 생각에 차별없는 여성의 삶을 깊이 성찰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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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I know why the caged bird s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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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린이 ・ 2016. 5. 17.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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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두 달 만에 책 리뷰를 쓰게 되었다... 이게 다 내가 게을러서 그런 거다.
지난 한 달동안 책도 못 읽고 글도 못 쓰니 생각이 정지한 것 같아 뭐라도 읽고 싶어서 최근 3주 동안은 책을 몰아서 봤다. 리딩 플래너도 사서 읽으면서 틈틈이 기록도 하였다. 덕분에 머리가 돌아가고 굳어진 마음이 풀린 것 같다.
3주 동안 읽은 3권 중 첫 번째,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부터 소개하고자 한다.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저자 마야 안젤루
출판 문예출판사
발매 2014.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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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으려는 많은 도서 후보 중 단순히 제목이 끌려서 먼저 집었다.
왜 제목이 내 마음에 들었을까 생각을 해보니 먼저는 책의 제목이 길어서 눈에 띈 것 같다.
그 라노벨 쪽 분야에서도 우선 제목 때문에 관심을 받는 것도 많지 않은가.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를 시작으로 요즘은 '여자친구로 삼으려고 학생회장을 꼭 닮은 여자아이를 연성했다가 내가 하인이 됐습니다'(...)도 있던데.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치게 긴 제목은 눈살을 찌푸리게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한 단어보다는 여러 단어로 이루어진 제목이 호기심을 더 끄는 것 같다.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제목의 첫인상은 '일제감정기 당시 독립의지를 잃지 않으려는 시인이 쓴 시의 한 구절'이었다.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처한 상황은 달라도 비슷한 의도에서 쓴 구절이다.)
이 책에서 새장에 갇힌 새는 누구일까. 무슨 노래를 부르는 걸까. 왜 노래를 부르는 걸까?
이런저런 의문이 피어 나왔고 질문의 답을 찾는 느낌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마야 안젤루는 흑인, 여성 인권 운동가 뿐만 아니라 가수, 작곡가, 연극배우, 극장가, 영화배우, 영화제작자, 저널리스트, 대학교수, 강연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여성으로 손 꼽힌다. 오프라 윈프리,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같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 대단한 사람이다.
이런 소개 글을 보니 이 책을 통해서야 마야 안젤루를 처음 안 나로서는 내가 무식하다는 걸 돌려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제라도 알게 된 것에 위안을 얻어야겠다.
이 책은 마야 안젤루가 쓴 여섯 권의 자서전 중 첫 번째 이자 가장 많이 읽힌 책이기도 하다. 세 살부터 열여섯 살까지 있었던 일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록한 책이다.
세 살부터 열여섯 살까지? 자서전치고는 다루는 간격이 짧고 안젤루가 이 책을 썼을 당시 나이가 삼십 대 중반인 걸 감안하면 양이 충분하게 나오기는 하려나 잠깐 걱정도 했었다. 그러나 그 걱정은 정말 쓸데없는 생각이었고 읽으면서 이야기를 풀어쓰는 그녀의 능력에 감탄했다. 책에서 자기는 과거를 사진을 찍는 것처럼 선명히 기억하는 능력이 있다고도 말하는데 어렸을 때의 일을 마치 바로 어제 일처럼 굉장히 구체적으로 섬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일요일 아침이면 마마가 아침 식사를 대접했는데 그때마다 우리는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3시까지 조용히 하고 있어야 했다. 마마는 집에서 양념해서 보관한 두꺼운 분홍빛 햄을 튀기고 썰어놓은 빨간 토마토 위에 그 기름을 끼얹었다. 조심스럽게 양쪽을 뒤집어 익힌 달걀이며, 튀긴 감자와 양파며, 노란 옥수수 죽이며, 단단하게 튀겨서 통째로 입 안에 넣어 터뜨리고 뼈와 지느러미 등을 한꺼번에 씹어 먹는 바삭바삭한 농어 튀김 등이 주 메뉴였다. 마마의 고양이 머리처럼 생긴 비스킷은 적어도 지름이 3인치에 두께가 2인치는 되어 보였다. 식기 전에 그 위에 버터를 발라두는 것이 비스킷을 먹는 요령이었다. 그러면 아주 맛이 있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식어버리면 꾸들꾸들해져서 실컷 씹은 껌처럼 됐다.
마마가 만든 음식을 본 적도 먹은 적도 없지만 읽는 것만으로도 어떤 음식인지 어떤 맛이 나는지 알 것 같았다. 오늘 먹은 아침을 말해보라고 하면 먼저 뭐 먹었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 나에게는 이러한 표현이 그저 신기했다. 또 아빠의 엄지손가락보다 두꺼운 떡에 양념은 하나도 배지 않은 떡볶이, 멸치 다시마와 배추의 속 전부가 스며든 얼큰한 된장국 같은, 엄마가 해준 음식들이 생각났다. 엄마가 나한테 튀긴 햄을 빨간 토마토 위에 올려놓고 고양이 머리만 한 비스킷을 요리해준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말이다. 이렇게 마야 안젤루의 글은 다른 시대에 사는 우리들에겐 생소한 것들이 많지만 읽다 보면 글 속의 인물, 배경이 친숙하게 느껴진다.
흑인으로 태어나 내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 끔찍스러웠다. 어린 나이에 벌써 내 피부색을 비난하는 소리를 듣고도 아무런 방어할 기회도 없이 조용히 앉도록 훈육을 받는다는 것이 나무나 잔혹했다.
우리는 모두 죽어야만 했다. 우리모두가 죽어서 한 사람 위에 다른 한사람이 포개진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인들이 맨 밑바닥에서 넓게 기초를 만들고, (중략). 프랑스 사람들은 1803년 미국에 루이지애나를 판 일이 목에 걸려 질식해서 죽어야 할 것이고, 바보 같은 변발을 한 중국 사람들은 모두 누에한테 잡아먹혀야 할 것이다. 한 종(種)으로서의 인간은 그야말로 혐오 그 자체였다. 우리 모두가 그랬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23장,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글이었다. 23장은 안젤루가 흑인 중학교에서 졸업하던 날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녀를 포함한 중학교 졸업생들은 가족과 이웃들, 학교 후배들에게 온갖 관심과 축하를 받으며 졸업 이후 나아갈 새로운 시작에 큰 기대감을 갖고 졸업식에 참여한다. 하지만 졸업식에서 불청객같이 끼어든 백인 남자의 연사 - 당시 백인 시야에서의 흑인에 대한 편견들이 녹아들어 듣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내용 - 이후로 졸업식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안젤루는 피부색이 까맣다는 이유로 자기 의지대로 살 수 없는 '죽은'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에 대한 절망감에 사로잡힌다. 이 때의 그녀의 심정이 위의 글에 그대로 담겨있다. 어떤 사람이 자기의 첫인상을 가지고 자신을 멋대로 단정지어버리기만 해도 '니가 뭔데 나를 다 아는 것처럼 지껄이는데?'라며 속으로 화를 삭일 수 있다. 그런데 이 당시(1930-40년 대 미국은 인종차별이 매우 심했다.) 이 어이없는 운명론을 들었을 때 반박하고 싶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인정해버린 그녀의 심정을 지켜보면서 인종 차별이 얼마나 심했는지 실감이 왔다.
이 분위기로 졸업식이 끝났다면 비극으로 남을 이야기였을 테지만 졸업식 마지막 순서에서 졸업생 대표 고별사를 맡은 헨리가 흑인 국가를 부르기 시작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졸업식에 참여한 모두가 열의를 되찾고 함께 노래를 부르는데 마치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1부나 2부의 피날레를 보는 것 같았다. 한 사람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왜곡시킬 정도의 뿌리 깊고 불리한 사회에서도 올바른 생각과 자유를 노래하는 사람들이 과거부터 있었음을 안젤루는 느끼게 된다. 23장이 내 마음에 긴 감동을 안아주었던 이유는 우리나라와도 상황이 맞아떨어졌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회적 불평등이 심하고 현재 경제적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청년들이 자기의 불만족스러운 처지에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해버리는 분위기가 지금 우리나라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겉으로는 신경 쓰지 않은 척 하지만 마음 반쯤은 지금 상황을 당연한 것처럼 인정해 버린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의 나오는 흑인 시인들의 노래처럼 우리나라도 억압하는 세력에 저항하고 자유를 노래하는 사람들의 정신이 이어졌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일제감정기 때나 민주화 운동만 봐도 어마어마하다.) 내가 해야 할 것은 이 정신을 이어 포기하지 않고 나의 자유를 노래하는 것 아닐까.
생각이 이렇게 흘러가다 보니 어느새 내가 갇힌 새장이 어떤 것인지, 내가 왜 노래를 불러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어느 정도 나온 것 같다. 이 책 초반만 읽어도 제목에서 새장에 갇힌 새가 안젤루 자신이며 새장이 인종 차별임을 눈치챌 수 있다. 사실 그녀에게 있어 새장이란 인종차별뿐만 아니라 남녀 차별, 경제적 지위에 의한 차별 같은 사회적 장애, 어렸을 적 부모에게서 떨어져 자란 외로움, 강간을 당하여 입은 깊은 상처, 미혼모의 신세 등등 개인적 고통도 들어간다.(앞에서도 말했지만 열여섯 이전까지 있었던 일만 해도 이 정도이다.) 안젤루는 처음부터 비좁고 고통스러운 새장에서 당찬 노래를 부를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강간을 당하고 나서 몇 년간 실어증을 앓기도 했고 자기의 처지에 비관할 때도 있었다. 그때 그녀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은 숨어있는 자유 의지를 깨운 시인들의 작품과 마마(안젤루의 친할머니), 오빠 베일리, 어머니, 버사 플라워즈 부인에게 배운 인생에 대한 태도와 자신을 향한 사랑이었다.
그게 네가 원하는 거란 말이지? 그렇다면 실패할 때 실패하더라도 한번 시도해야지. 네가 가진 걸 모두 바쳐라. 너한테 여러 번 말했지만 '할 수 없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는 말과 같으니까. 그 두 가지 말은 의미가 없어.
각각 한 명 씩 언급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한 사람만 꼽아보자면 안젤루의 어머니를 들고 싶다. 그녀의 어머니는 남편과 이혼한 후 갬블러로 활동하는, 조금은 '특이한' 성격의 사람이다. (어쩔 때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고 불쾌함을 느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마야 안젤루가 성장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었다. 위의 내용은 안젤루가 어머니와 같이 로스앤젤레스에서 살 때 혼자서 돈을 벌기 위해 전차 차장이 되려고 하지만 당시 흑인들은 뽑지 않는 문제에 부딪힐 때 어머니가 하는 말이다. 이렇게 그녀의 어머니는 자기가 원하는 것,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있어서는 가능성이 없어 보이더라도 시도하고 모든 것을 바쳐해보라고 조언했다. 어머니의 조언을 받아들인 안젤루는 자리를 얻기 위해 끈질기게 구했고 마침내 흑인 최초의 전차 차장이 되었다.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는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훌륭한 인권 운동가, 예술가로 자랄 수 있게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안젤루는 자신의 자서전을 읽는 웬만한 독자들보다 어렵고 고립된 시기를 거쳐 자기의 신념이 담긴 노래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는데 성공하였다. 그러면서 나에겐 왜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신념을 가져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그리고 의지는 있지만 무언가에 부딪혀 좌절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일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위로해 줄 것이다. 다시 한 번 나를 가두는 새장이 뭔지, 그리고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의 내용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출처] [책 리뷰]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I know why the caged bird sings)|작성자 땡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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