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April 9, 2021

질병과 아시안 증오 150년 역사...그들은 '각본'을 재탕하고 있다

질병과 아시안 증오 150년 역사...그들은 '각본'을 재탕하고 있다:




질병과 아시안 증오 150년 역사...그들은 '각본'을 재탕하고 있다

[아시아 증오범죄, 과거-현재-미래] 미국의 오래된 역사, 인종화된 질병 담론 ①
전홍기혜 특파원 | 기사입력 2021.04.05. 10:36:35 최종수정 2021.04.05. 21:57:25


지난 3월 30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한국계 미국인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에 20대 남성이 쇠막대기를 들고 들어와 "이 빌어먹을 중국인들아,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욕하면서 냉장고와 선반 등 기물을 부수는 등 난동을 부렸다. 같은 날 뉴욕 지하철에서는 50대 남성이 40대 아시안 여성과 자녀들에게 큰 소리로 아시아인 비하 발언을 하며 침을 뱉고, 여성이 든 휴대전화를 바닥에 떨어뜨린 뒤 도망갔다고 한다.





전날엔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거구의 흑인 남성이 맞은 편에서 걸어오던 65세의 아시아계 여성을 발로 차서 넘어뜨리고 쓰러진 여성에게 다시 발길질을 하는 충격적인 장면이 영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폭행이 일어나던 당시 빌딩 안에 보안요원이 있었지만 전혀 말리지 않았고 오히려 건물 문을 닫고 피해 여성을 방치해 비난이 일었다.



지난 3월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기 난사 사건으로 미국 사회의 '아시안 증오범죄'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에도 연일 크고 작은 '아시안 증오범죄'가 발생하고 보도되고 있다.



'아시안 증오범죄'의 뿌리는 미국사회의 '인종차별'에 있다는 점에서 매일매일 발생하는 '증오범죄'에 분노하고 더 강도 높은 처벌을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근원적인 해결이 어렵다. 또 미국의 인종문제는 사회경제적인 문제와 겹쳐지기 때문에 더 풀기 어려운 '고차 방정식'이기도 하다. '아시아 증오범죄'가 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했으며, 어떤 양상을 보이며,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필자 주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지난 3월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인 21세 백인 남성 로버트 애런 롱은 애틀랜타 인근의 아시안 마사지숍과 스파 3곳을 습격해 총격을 퍼부었고, 8명의 사망자 중 6명이 아시안 여성이었다. 범행 장소를 볼 때 당연한 일이었다.



지난해 3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 되고, 미국에서 대통령(도널드 트럼프)까지 나서서 이를 "중국 바이러스(China virus)", "쿵 플루(Kung Flu)"라고 부를 때부터 2021년 현재 미국의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아시안 증오범죄'는 예견됐다.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들((Asian Americans and Pacific Islanders, 줄여서 AAPI)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에 대한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스탑 AAPI 헤이트(Stop AAPI Hate)'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말까지 미국 전역에서 살해, 폭행, 폭언 등 3715건의 인종적 폭력 사건이 보고됐다.



애틀랜타에서 나고 자란 가수 에릭 남은 지난 3월 19일 시사주간지 <타임>에 기고한 글에서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분명히 하고 싶은 건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그 어느 때보다도 도움을 간청해왔지만 당신들이 듣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미국, 감염병 사태 때마다 이민자들에게 '책임 전가'...중국인들은 공개된 장소에서 전라로 강제로 집단 샤워



안소현 케네소 스테이트대 교수(사회교육학)는 훨씬 더 큰 의미로 "전혀 새롭지 않다"고 말한다.



안 교수는 지난 3월 31일 먼모스대가 주최한 온라인 강연('질병의 인종화에 대한 긴 역사 : 코로나19 펜데믹 하에서의 반 아시아 폭력과 교육적 영향')에서 미국 역사에서 대규모 감염병 사태를 다루는 인종화된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만이 아니다."



안 교수는 아시안이 전염병의 원인으로 지목당하고 이로 인해 차별과 증오의 대상이 되는 일은 1876년 천연두(Small Pox)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했다. 미국 주류 사회는 당시 유행한 '천연두'의 원인으로 중국 이민자들을 지적했다. 당시 미국 사회에서 중국 이민자들은 "불치병을 일으키고 이를 백인들에게 전파시킨 불결하고 더러운 인종"으로 인식됐다. 감염병에 대한 인종화된 인식은 중국인들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요구를 급증하게 만들었고 결국 1882년 연방의회에서 중국인의 이민을 금지하는 '중국인 배척법(Chinese Exclusion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1943년에야 폐지됐다.



중국인을 '전염병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일은 1899년 선페스트(Bubonic Plague) 사태 때도 똑같이 반복됐다. 1899년 하와이에서 선페스트가 확산되자 정부는 차이나타운을 진원지로 지목하고 감염자가 발생한 건물 등을 소각했다. 이 과정에서 바람으로 인해 불길이 번져 화재가 17일 동안 지속됐고 차이나타운이 사실상 붕괴됐으며 4000명 이상 노숙자가 발생했다. 당연히 피해자의 절대 다수는 중국계 미국인들이었다.


▲1900년 하와이에서 중국인, 일본인, 하와이 원주민 중 선페스트 감염이 의심되는 이들은 이처럼 공개적인 장소에서 전라로 샤워를 한 뒤 정밀 신체검사를 받고 격리 조치에 취해졌다. ⓒslate.com

하와이 주정부는 중국인, 일본인, 하와이 원주민 출신 주민들 중 감염이 의심되는 이들을 소독 장소로 보냈고, 이 곳에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 벌거벗고 살균 샤워를 한 뒤 정밀 신체검사를 받게 했다. 위의 사진처럼 공개된 장소에서 전라로 소독을 하게 한 것에 대해 안 교수는 "동등한 인간으로 존중했다면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1900년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선페스트가 발생했을 때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백인 주민들과 접촉을 막기 위해 1만4000명이 거주하는 차이나타운 주변에 밧줄로 저지선을 설치했다. 하수도와 거주지 주변을 이산화황과 수은 등 현재는 독성물질로 알려진 약품들로 소독했고,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의 백신을 아시안들에게 강제로 주사했다고 한다.



당시 아시안들을 '더러운 인종'으로 인식했다는 사실은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입국하는 '검문소' 역할을 했던 엘리스 섬(Ellis Island)과 엔젤 섬(Angel Island)의 검역 풍경에서도 확인된다. 유럽 국가의 이민자들이 입국하는 통로인 뉴욕 인근의 엘리스 섬에서는 입국자들이 옷을 모두 입고 검문검색을 받았다. 반면 1882년 '중국인 배척법' 제정 이후 이민자 수용소가 만들어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엔젤 섬에서는 윗옷을 벗고 검문검색을 받았다.


▲중국 출신 이민자들과 유럽 출신 이민자들의 대조적인 검문 검색 장면. ⓒ안소현 제공



질병을 인종화하는 담론은 과학이 충분히 발달한 21세기에도 지속되고 있다. 미국에서 사망자가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던 2003년 사스 때도 아시안 혐오 레토릭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중국 음식점들이 타격을 입었다. 이어 2020년 중국 우한에서 첫 발생해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 사태로 최근까지 아시안을 상대로한 증오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돌아가야 한다." 한 손에 추방명령서, 다른 손에 소독약 병을 든 성조기 문양이 그려진 옷을 입은 백인 남성이 중국인들을 발로 차서 내쫓는 그림. 20세기 초반 중국 이민자들에 대한 미국 사회의 인식을 잘 보여준다. ⓒ안소현 제공

안 교수는 이처럼 감염병 확산기에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위험한 외국인'으로 인종화하는 담론은 187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유색인종의 모범격인 "모델 마이너리티(Model Minority)"로 자주 언급되는 것과 상반되게 인종화된 아시안들을 외래의 위협으로 여기는 오래된 편견(황색 공포 Yellow Peril, 19세기 초반 중국 이민자들이 들어오자 이들을 미국을 위협하는 존재로 여겨진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은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안 교수는 지적했다.


▲미국에서 감염병을 인종화하는 방식. 감염병 사태 때마다 '이민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담론이 강력하게 작동해왔다는 역사적 사실을 보여준다. ⓒ안소현 제공




▲안소현 교수

중국인 배척법, 일본인 강제 수용, LA폭동...수없이 반복된 아시안 대상 폭력



이처럼 질병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더라도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대상으로한 인종적 폭력의 역사도 유규하다. 정청세 뉴욕 빙햄턴대학 한국학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 내에서 아시안 커뮤니티는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갈등과 위기가 불거졌을 때 쉽게 폭력의 대상이 된다"고 지난 3월 27일 시민참여센터(KACE)가 주최한 온라인 강연에서 말했다. 이를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들은 다음과 같다.




*1871년 LA '중국인 대학살' : 백인과 중국인 폭력조직 사이의 갈등이 비화돼 수백명의 백인과 히스패닉이 LA 차이나타운을 습격해 20명 이상의 중국인들이 사망한 사건



*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에 대한 강제 수용소 수용 : 진주만 공습 뒤 행정명령에 의해 일본계 거주자 20여만 명이 강제 수용되고 재산도 몰수당했다. 이들 중 80% 가량이 미국 시민이었다고 한다.



* 1885년 록 스프링스 중국인 대학살 : 와이오밍주의 광산에서 백인 광부들이 중국인 광부들을 공격해 28명이 숨진 사건.



* 1982년 빈센트 친 살해 사건 : 디트로이트 외곽에서 중국계 청년 빈센트 친(Vincent Chin)이 일본인으로 오해 받아 '일본이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침식하고 우리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이유로 폭행당해 사망한 사건.



* 1992년 LA 폭동: 흑인 로드니 킹을 무자비하게 폭행한 경찰관들의 무죄 판결로 분노한 흑인들이 한인타운을 습격해 6일 동안 무차별 공격을 감행했던 사건.



미국 사회에서 아시안에 대한 폭력은 물리적인 차원에 그치는 것만이 아니라 법과 제도를 통해 제도화되어 있다.




* 귀화법 (1790년) : 미국에서 2년 이상 거주한 이민자 중 좋은 평판을 가진 자유 신분의 백인 이민자에게만 귀화 자격 부여.



* 페이지법(1875년) : "부도덕한 목적"을 가진 여성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기 위한 법. 이는 아시안 여성들에 대한 성적 편견을 드러내는 법인데, 주로 중국 여성들의 입국을 막는 용도로 활용됐다.



* 중국인 배척법 (1882년): 중국 출신 노동자들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고 시민권 부여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 단일 출신 국가를 상대로 한 입국금지 조치는 이 법이 유일하다.



* 이민법 개정(1917년) : 일본과 필리핀을 제외한 모든 아시아 국가에서 이민을 금지



* 이민법 개정(1924년) : 미국 이민 비자 발급 건수를 국가별로 할당했는데 이는 유럽 출신 이민자들을 더 많이 수용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당시 중국인에겐 연간 105건이 할당됐음. 비자 할당제는 1965년에 폐지됐다.



* 인종간 결혼금지 정책 (1931년) : 아시아인 비율이 가장 높았던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백인과 유색인종간의 결혼을 금지했다.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취업 등을 통해 미국으로 건너왔던 한국인들도 당시 '단신' 이민만 가능했고, 인종간 결혼을 금지했기 때문에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이들도 많았다고 한다. 기자가 2005년 하와이를 방문했을 때 현지 한인들로부터 후손이 없어 버려진 초기 한인 이민자들의 묘를 돌보는 일들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한인들은 이후 중매인을 통해 사진을 주고 받는 '우편 주문 신부(mail order bride)' 형태로 한국에서 결혼 상대를 구해야 했다.



2020년 급증하기 시작해 2021년 총기 난사 사건으로까지 비화된 미국 내 '아시안 증오 범죄'는 이런 역사적 사건들의 연속성에 놓고 봐야 한다. 장성관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사무차장은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현재 아시아-태평양계(AAPI) 대상 폭력사건의 문제를 증오 범죄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된다"며 "이 사태의 본질은 증오 '범죄'가 아니라 '증오'이자 뿌리 깊은 AAPI 대상 인종주의"라고 지적했다. (계속)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40208472447728?fbclid=IwAR2zLBfnFV88ytetPn8dDNUCugRHGukopQmI0RCIYb_eUgozo7CkiXdXXCc#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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