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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선택
“그는 그 소설을 쓰지 않았다.”
주니퍼 헤이워드는 여러 가지 면에서 ‘평범한’ 작가다. 그의 데뷔작은 50여 군데 저작권사로부터 퇴짜를 맞다가 겨우겨우 출간되었으며, 그나마 예정되어 있던 초판 발행 부수도 1만 부에서 5천 부로 깎였고, 2쇄는커녕 겨우 2~3천 부 정도 팔리는 데 그쳤다. 담당 편집자는 해고되었고, 새로운 담당은 그의 존재를 완전히 잊는 것 같았다. 그의 친구 아테나 리우는 눈부신 존재였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대형 출판사와 여러 권의 출간 계약을 맺었고, 넷플릭스와 엄청난 금액의 계약에도 성공했다. 심지어 엄청난 대작의 초고를 이제 막 마무리한 참이었다. 아테나의 인생은 앞으로도 계속 성공 가도를 달릴 것만 같았다. 계약을 축하하는 둘만의 자리에서, 팬케이크 반죽이 목에 걸려 사망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아테나 리우는 그렇게 사망했고, 그의 미발표 초고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 주니퍼 헤이워드뿐이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네뷸러상, 로커스상, 영국도서상 등을 수상하며 영미권에서 가장 핫한 젊은 작가로 떠오른 R. F. 쿠앙의 문제적 소설. 책의 제목 <옐로 페이스>는 백인이 동양인을 흉내 내기 위해 용모를 과장되게 표현하는 무대 분장에서 유래된 말로, 아시아인을 희화화하는 인종차별적 문화 행위를 말한다. 작중에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전선에서 복무한 중국인 노동자에 대해 쓴 아시아계 작가 아테나 리우의 미발표 초고를 훔쳐 보편적 휴먼 드라마로 각색한 후 자신의 소설로 발표한 주니퍼의 선택을 꼬집는 듯하다. 하지만 소설은 거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소설 발표 이후 격화되는 인종차별과 역차별, 문화 전유, SNS에서의 난투극,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기 위한 업계의 잔인하고 냉혹한 현실 등 하나하나 날카롭고 파괴적인 이야기들이 거침없이 밀려 들어온다. 백인 주인공이 중국인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발표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쓴 작가 R.F. 쿠앙 자신이 중국계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 또한 흥미진진하다. 엄청난 스토리텔링의 힘으로 독자를 밀어붙이는 소설.
- 소설 MD 박동명 (2024.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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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페이지수 : 444쪽
책소개
20대 중반의 나이에 네뷸러상, 로커스상, 영국도서상 등을 수상하며 영미권에서 가장 핫한 젊은 작가로 떠오른 R. F. 쿠앙이 자신이 반짝 스타가 아니라 대중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차세대 작가임을 전 세계 독서계에 강렬하게 각인시킨 문제작. 이 소설이 말 그대로 문제의 작품인 이유는 작가의 인종적, 문화적, 정치적 배경과 신념을 넘어 성역 없는 모두까기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책은 출판이 성사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에이전트를 비롯한 주위의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했지만 작가는 애초의 뜻을 거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 “좋아, 끝까지 가보자.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우리가 한 모든 일을 하나하나 비웃어보자.”
『옐로페이스』만큼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소설도 없다. 책 제목과 표지만 봐도 이 소설이 어떻게 흘러갈지 뻔히 보이는 것만 같다. ‘옐로페이스(Yellowface)’는 블랙페이스처럼 백인이 아시아인을 흉내 내기 위해 아시아인의 용모를 과장되게 표현하는 무대 분장에서 유래된 것으로, 아시아인을 희화화하는 인종차별적 문화 행위를 말한다. 게다가 저자는 어릴 적에 미국으로 이주해 온 중국계 작가다. 따라서 백인 주류 사회의 인종차별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비판이 줄줄이 이어질 것만 같다. 그러나 이 소설의 진짜 시작은 그다음부터다.
목차
옐로페이스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P. 13 당연히, 좋은 건 아테나에게 다 갔다. 이 업계의 돌아가는 방식이 그렇다. 승자가 될 작가를 하나 선택한다. 충분히 매력적이고 멋지고 젊은 작가―거기다, 다들 생각하는 대로, ‘뭔가 조금 다른’ 인물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에게 돈과 자원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완전히 자기들 마음대로다. 아니, 마음대로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필력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접기
P. 14 업계의 실세들은 아름다운 예일대학 졸업생인 동시에 뭐라 규정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을 가진 유색인종 여성 아테나를 선택했다. 반면, 나 준 헤이워드는 그저 갈색 눈,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평범한 필라델피아 출신 여자애에 지나지 않았다. 아무리 열심히 쓰고 아무리 잘 써도, 나는 결코 아테나 리우가 될 수 없었다.
P. 18 글을 쓴다는 건 매우 고독한 작업이다. 자신이 쓰고 있는 글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확신할 수도 없고, 극심한 무한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징후가 조금만 보여도 끝없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다. 그냥 쓰고 있는 글에 집중하라고, 그들은 말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의 작품이 끊임없이 눈앞에서 펄럭거리고 있는 와중에 그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접기
P. 46 믿기 힘들겠지만 나는 단 한 순간도 이 글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자리에 가만히 앉아 죽은 친구의 작품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못된 생각이나 하고 있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정말이다. 이 작업은 마치 내게 주어진 소명 같았고, 신이 정해준 운명처럼 ‘당연하게’ 느껴졌다. 일단 시작하자 아테나의 소설을 완성하고 다듬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다. 접기
P. 54 드디어 해냈어. 드디어 내가 해냈다고! 내내 이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는 아테나의 인생을 살고 있었다. 마땅히 받아야 할 대우를 받으며 출판을 경험하고 있었다. 나는 유리천장을 깼다. 원하던 걸 다 이뤘다. 그리고 그 맛은 상상했던 대로 아주 끝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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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R. F. 쿠앙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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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중국 광저우에서 태어나 네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조지타운대학에서 중국사를 전공한 후 마셜 장학생에 선발되어 케임브리지대학과 옥스퍼드대학에서 중국학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예일대학에서 동아시아 어문학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스물두 살 때 펴낸 첫 소설 『양귀비 전쟁』이 네뷸러상, 로커스상, 세계판타지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스물여섯 살 때 펴낸 네 번째 소설 『바벨, 혹은 폭력의 필요성』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데 이어 네뷸러상, 로커스상, 영국도서상 등을 휩쓸면서 영미권에서 가장 핫한 스타 작가의 대열에 합류했다. 작가가 “경쟁이 치열한 출판업계 내의 외로움에 관한 공포소설”이라고 자평한 『옐로페이스』 역시 아마존 올해의 책, 《타임》 선정 2023년 꼭 읽어야 할 책 100권, 굿리즈 초이스 어워드 2023년 최고의 소설, 굿리즈 독서 챌린지: ‘2024년에 가장 많이 읽은 책’ 1위, 리즈 위더스푼 북클럽 추천도서에 선정되는 등 자신이 반짝 스타가 아니라 대중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차세대 작가임을 전 세계 독서계에 강렬하게 각인시켰다. 접기
최근작 : <옐로페이스>,<양귀비 전쟁 2 : 출루 코리크>,<양귀비 전쟁 1 : 시네가드> … 총 65종 (모두보기)
신혜연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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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번역대학원과 바른번역 글밥아카데미를 거쳐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언어의 문턱을 낮추고자 노력하며, 세상의 아름다운 지식과 지혜를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옮기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금성에서 봐』, 『베리 따는 사람들』, 『 옐로페이스』, 『삶을 예술로 만드는 법』, 『나를 지키는 관계의 기술』, 『웃음』, 『엥케이리디온』, 『최면술사: 마크 트웨인 단편집』 등이 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나는 지금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 나를 도둑, 표절자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내 말을 들어보라. 생각처럼 그렇게 끔찍하지 않다.”
출판산업과 문화전쟁의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우정과 배신, 창조와 표절,
예술의 상품화, 인종차별과 역차별, SNS 전쟁에 관한 안전벨트 없는 롤러코스터
★★★아마존닷컴, 반스&노블, 타임, 굿리즈 초이스 어워드 올해의 책★★★
★★★뉴욕타임스, 선데이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틱톡 2024 올해의 책 최종 후보★★★
★★★영국도서상 수상, 리즈 위더스푼 북클럽 PICK★★★
20대 중반의 나이에 네뷸러상, 로커스상, 영국도서상 등을 수상하며 영미권에서 가장 핫한 젊은 작가로 떠오른 R. F. 쿠앙이 자신이 반짝 스타가 아니라 대중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차세대 작가임을 전 세계 독서계에 강렬하게 각인시킨 문제작. 이 소설이 말 그대로 문제의 작품인 이유는 작가의 인종적, 문화적, 정치적 배경과 신념을 넘어 성역 없는 모두까기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책은 출판이 성사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에이전트를 비롯한 주위의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했지만 작가는 애초의 뜻을 거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 “좋아, 끝까지 가보자.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우리가 한 모든 일을 하나하나 비웃어보자.”
『옐로페이스』만큼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소설도 없다. 책 제목과 표지만 봐도 이 소설이 어떻게 흘러갈지 뻔히 보이는 것만 같다. ‘옐로페이스(Yellowface)’는 블랙페이스처럼 백인이 아시아인을 흉내 내기 위해 아시아인의 용모를 과장되게 표현하는 무대 분장에서 유래된 것으로, 아시아인을 희화화하는 인종차별적 문화 행위를 말한다. 게다가 저자는 어릴 적에 미국으로 이주해 온 중국계 작가다. 따라서 백인 주류 사회의 인종차별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비판이 줄줄이 이어질 것만 같다. 그러나 이 소설의 진짜 시작은 그다음부터다.
그녀의 소설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문제는, 그녀가 그 책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쿠앙은 어떻게 최근의 모든 책 스캔들을 풍자 스릴러로 바꾸었는가?
『옐로페이스』는 시대정신으로의 출발이자 도약이다.” (LA타임스)
준(주니퍼)은 같은 예일대학 출신에 작가라는 공통점 때문에 아테나와 친하게 지내지만, 둘은 달라도 너무나 다른 처지였다. 중국계인 아테나는 탁월한 글쓰기 재능에 마치 앤 해서웨이처럼 큰 키과 가느다란 체구, 발레리나처럼 우아한 자태 덕에 단숨에 출판계의 스타로 떠오른 작가였다. 반면에 준은 아무리 애써도 작가로 주목받아본 적이 없는 데다 갈색 눈,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평범한 백인 여성에 지나지 않았다. 준은 별 볼 일 없는 자신의 처지에 한탄하면서 아테나를 질투한다.
그런데 아테나의 넷플릭스 판권 계약을 축하하는 둘만의 술자리에서, 아테나가 팬케이크를 먹다가 그만 질식사를 하고 만다. 엉겁결에 아테나의 미발표 소설 초고를 집으로 들고 온 준은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초고를 고쳐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하기로 한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전선에서 복무한 중국인 노동자들의 이야기였다.
중국인 이야기를 백인 여성 작가가 발표할 경우 여러 문제(문화적 전유, 착취 등)가 발생할 수 있다는 출판사의 권유에 따라, 준은 아시아인을 연상시키는 ‘주니퍼 송’이란 이름(과 인종적으로 모호해 보이는 작가 사진)으로 소설 『최후의 전선』을 출간한다. 그동안 준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출판사의 대대적인 지원과 마케팅에 힘입어 『최후의 전선』은 ‘여름에 읽기 좋은 최고의 책 10권’에 선정되는 등 화제를 모으며 즉시 베스트셀러가 된다.
그러나 준은 책이 인기를 얻을수록 혹시나 자신의 비밀이 밝혀질까 봐 전전긍긍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중국인 이야기를 백인이 썼다는 이유로 악평 또한 늘어나는 가운데, 트위터에 준이 아테나의 작품을 훔쳤다는 폭로 글이 떠돌면서 준의 위기가 본격화한다.
창조와 표절, 예술의 상품화, 인종차별/역차별, SNS 문화전쟁에 관한 문제 제기
“범죄, 풍자, 공포, 편집증, 문화적 전유, 소셜미디어의 홍수까지…
그러나 무엇보다 엄청난 이야기다.” (스티븐 킹, 소설가)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특정한 주의/주장을 지지하고 내세우는 이슈 제기를 넘어 전복적인 역할 바꾸기 게임이자 사고실험이라는 데 있다. 중국계 작가인 쿠앙이 굳이 백인 여성 ‘빌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백인인 준이 중국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역사소설을 발표한 것이, 작가가 백인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발표한 것과 아이러니하게 맞물린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더욱 흥미진진하고 깊이 있는 독법이 가능하다.
#문화적 전유 혹은 진정성
백인 여성이 중국의 민감하고 아픈 역사를 썼다는 이유로 준은 온라인상에서 엄청난 비난에 시달린다. 영화계의 ‘옐로페이스’와 마찬가지로, 펄 벅의 『대지』와 마찬가지로 문화적 전유/착취라는 것이다.(실제로 준은 백인 여성의 시각에서 아테나의 원고를 보편적 휴먼 드라마로 만들기 위해 중국 노동자들에 대한 유럽인의 인종차별 등 여러 부분을 각색했다.) 이에 대해 준은 반문한다. 그럼 아테나는 어떤가? 아테나는 한국인도 아니면서 한국전쟁을 다룬 소설을 써서 상을 받은 적도 있었다. 과연 역사를 이야기할 자격은 특정한 인종적/민족적/문화적 배경과 입장을 가진 사람에게만 있는 것인가? 작가는 작품을 쓸 때 자신의 경험만을 토대로 해야 하는가? 그뿐이 아니다. 아테나는 중국계라는 ‘다양성’을 어필하여 스타 작가가 되었다. 그러나 아테나는 중국어도 잘 못할뿐더러 중국에 가본 적도 별로 없고 영국과 미국에서 서구식 엘리트 교육을 받았다. 그런 그녀가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는 것이야말로 기만 아닌가?
#창조와 표절, 허구와 실재의 경계
준은 친구인 아테나의 초고를 몰래 가져다가 고쳐서 자신의 이름으로(아시아인을 연상시키는 이름로 바꿔서) 책을 출간한다. 그러나 이 원죄에 대한 죄책감을 희석시키기 위해 점차 자기합리화의 수렁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준은 초고라고 보기도 힘든 아테나의 미완성 원고를 대부분 뜯어고쳐서 각고의 노력 끝에 다이아몬드로 탈바꿈시켰다고 주장한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성당의 벽화를 미완성 상태의 어마어마한 덩어리로 남겨뒀다고 상상해보라. 라파엘로가 그걸 이어받아서 나머지 작업을 해야 했다면 어땠겠는가. (…) 책 표지에 내 이름이 들어가지 못할 이유가 뭐지?”(준이 원저자를 밝히고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준이 아니었다면 아테나의 그 조잡한 초안은 책이 되지 못한 채 창고에 묻혀버렸을 것이다.
게다가 아테나는 어떤가? 아테나야말로 남의 이야기를 훔쳐 쓴 도둑이었다. 아테나는 한국전쟁 참전용사와의 인터뷰 내용은 물론이고 남자 친구와의 대화 내용, 심지어 친구인 준의 아픈 개인사마저 작품에 그대로 갖다 썼다. “아테나는 늘 자기가 한 건 상대에 대한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트라우마에서 정수를 뽑아내 영원한 것으로, 즉 ‘고통과 상처를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준다’는 것이었다.” 최근 몇 년간 한국문학계에서 여러 차례 벌어진 스캔들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예술의 상품화
출판업계에서는 매력적이고 젊은, 게다가 ‘뭔가 조금 다른’ 작가를 찍어서 그에게 돈과 자원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업계는 예일대학을 졸업한 엘리트인 데다 앤 해서웨이처럼 아름답고 게다가 유색인종이라는 희소성을 가진 아테나라는 상품을 선택했다. 그 결과 아테나는 시작부터 남다른 스타 작가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준은 자신이 평범한 외모의 백인 여성이기 때문에(역차별) 아무리 열심히 쓰고 아무리 잘 써도 아테나 리우처럼 될 수 없다는 콤플렉스에 시달려왔다.(아테나가 실은 업계의 강요로 흥행 공식에 끼워 맞춰진 상품이었다는 것, 아테나도 그걸 적극 이용했다는 것, 아테나의 성공은 백인 주류 사회에서 ‘다양성’이란 이름으로 포장되는 예외적인 소수자 신화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지만 말이다.)
친구의 원고를 훔친 것도 모자라 이름도 외모도 아시아인인 것처럼 꾸며서 아테나의 흥행 공식을 따른 결과, 준은 그토록 열망했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돈과 명예를 거머쥔다. 준은 그제야 깨닫는다. “작가의 노력은 책의 성공과 아무 관련이 없다. 베스트셀러는 선택되는 것이다. 당신이 무엇을 하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시작은 잘못되었지만 준은 중간에 얼마든지 사기극을 멈출 수 있었다. 그러나 성공의 단맛을 본 준의 선택은 그냥 지금의 이 혜택을 계속 즐기는 것이었다. 진실을 묻어둔 채 참회는커녕 점점 더 ‘흑화’해가는 준의 빌런적 행태에 치를 떨고 답답해하는 게 당연한 독자 반응이겠지만, 이 점이 오히려 이 소설에 푹 빠져 끝까지 읽어내게 만드는 매력 포인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실, 원래 현실이 그렇지 않은가.
#SNS 난투극과 문화전쟁
준의 소설 『최후의 전선』에 대한 논란은 SNS 생태계에서 시작되어 점차 작품이 아닌 작가를 둘러싼 문화전쟁의 양상으로 증폭된다. 아시아계 활동가들이 지적한 백인 작가의 문화적 전유/착취 문제가 SNS를 통해 퍼져나가면서 준에게 인종차별주의자, 옐로 피버(아시아인에 대한 왜곡된 선호) 환자라는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여기에 친중파와 반중파가 끼어들고, 급기야 이 불쌍한 앵글로색슨족 작가를 보호하기 위해 보수 대안우파가 참전한다. 그 결과 《폭스뉴스》 진행자가 준을 편들고 나서는가 하면 수천 명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학대받은 중국인 노동자에 관한 책, 『최후의 전선』을 사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준은 트럼프와 공화당을 싫어하는 바이든 지지자인데 말이다.) 준은 아테나가 단지 백인 남자와 사귄다는 이유로 ‘인종 반역자’라는 비난을 받고 심지어 살해 협박까지 받았던 상황을 떠올리며 진저리를 친다. 그러나 곧 이는 유명 작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거치는 통과 의례이고 오히려 책 판매에는 이런 논란이 큰 도움(공짜 마케팅 효과)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준은 SNS 난투극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하기 시작한다. 진실과 관계없이 “의혹이 이리저리 난무하고, 모두의 명예가 무너지는” SNS 생태계에 대한 작가의 소름 끼치도록 생생한 묘사가 압권이다.
우정과 질투, 배신이 얽힌 강력한 스토리텔링의 힘
“라이벌 간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가 섬뜩한 복수 멜로드라마와 일종의 유령 이야기로 변모한다. 올해 읽은 그 어떤 것보다 더 열렬하게 이 책을 읽었다.” (가디언)
『옐로페이스』는 물량 공세로 스타 작가와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는 메이저 출판계의 현실, 기획 및 편집에서 홍보와 광고 마케팅까지 출판계 내부의 내밀한 작동 방식을 대리 체험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책덕후들이 열광할 만한 요소들을 확실하게 갖추고 있다. 출판계에 대한 공격을 받아줄 리 없다며 에이전트를 비롯한 모든 관계자들이 만류했으나 작가가 뜻을 굽히지 않아 간신히 출판 계약을 따낼 수 있었으며, 계약이 성사된 이후에는 하퍼콜린스 직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하자 출간 일정에 지장을 줄 게 뻔한데도 작가가 노조를 위한 파업 집회를 공동 주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그녀의 입장은 “모두가 노조를 결성했으면 좋겠다”였다.
작가는 이 소설에 대해 무엇보다 “경쟁이 치열한 업계 내의 외로움에 관한 공포소설”이라고 자평한 바 있다. 작가 지망생 시절부터 우정을 나눠온 두 주인공, 준과 아테나가 출판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경쟁하면서 벌어지는 질투와 배신의 파노라마를 따라가다 보면 글쓰기의 의미, 현실과 문학적 재현의 문제, 예술 본연의 가치와 상품 가치, 작가와 독자의 관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맞닥트리게 된다.
준은 과연 욕먹어 마땅한 빌런인가? 아테나는 그저 가련한 희생양일 뿐인가? 막바지에 가서야 정체를 드러내는 제3의 인물, ‘아테나의 유령’은 또 어떤가? 그들의 속사정이 하나씩 하나씩 드러날수록 섣부른 판단을 주저하게 된다. 단지 이야기를 백인 대 아시아인, 주류 대 소수자, 혹은 선과 악, 혹은 좌파 대 우파의 구도로 몰아갔다면 분명 이런 독특하고 복잡미묘한 캐릭터들은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독자들을 실망시킬지도 모를 지극히 현실적인 결말은 이런 맥락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백인인 준의 입장에서 글을 쓰기가 어렵지 않았다면서, 준은 자신이 출판을 통해 경험한 모든 부정적인 에너지가 응축된 캐릭터이자 자신의 목소리가 내면화되어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어쩌면 이 소설은 일정 부분 ‘다양성’ 옹호라는 시대 트렌드에 힘입어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 한계에 갇히지 않으려는 문학적 열망의 소산인지도 모른다.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무엇보다 자신의 실제 경험 이외의 것을 상상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며, 연민을 가지고 다양한 캐릭터를 진실하게 그리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출판할 수 있는 것은 회고록과 자서전뿐일 텐데, 그런 걸 원하는 사람은 없다. (…)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소외된 작가를 위한 지원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소외된 경험만을 쓰도록 만드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2023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옐로페이스』의 인기는 굿리즈 독서 챌린지: 2024년에 가장 많이 읽은 책 1위, 틱톡 2024 올해의 책 최종 후보, 오디(오디오북) 어워즈 2024 올해의 소설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지금도 현재진행 중이다. 판타지로 작가 경력을 시작했으나 점차 장르의 벽을 허물어나가고 있는 쿠앙의 문학적 모험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지 몹시 기대가 된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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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2024-10-11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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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하면 10명 중 12명이 재미있다고 함

점례 2024-11-02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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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로 읽었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바로 구매. 후회되지 않는 책이었다. 주인공의 편집증적인 모습을 문장으로 엮는 솜씨가 아주 탁월하다.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지점도 많다. 본인이 실제로 외국 업계를 겪어 보진 못했으니 고증이 완벽한진 알 수 없으나, 충분히 설득된다. 추천.

kadoomagaru 2024-08-08 공감 (3) 댓글 (0)
재미없어서 간신히 다 읽음.

아라 2024-10-12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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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페이스 - R F 쿠앙 장편소설 (문학사상사)
거침없는 상상력, 여태 백인 문화권이 일궈놓은 모든 문학적 성취를 기발하게 비웃고 뒤틀어놓으며, 헌정인지 조롱인지 알 수 없을 현란한 말빨로 (영어권) 독자들의 혼을 빼놓은 MZ 작가 R F 쿠앙의 최신작(작년 출판)입니다. 이 책 앞날개에도 그녀의 출세작 <양귀비 전쟁>이 잠시 언급되었는데 그걸 쿠앙이 스물두 살 때 쓴 겁니다(이 작품 중 p166 하단도 참조) . 우리 나라에서는 저 <양귀비...>가 마치 노빅의 테메레르 시리즈처럼 청소년 판타지 정도로만 인식되는 경향도 있는데, 그렇게 읽을 수도 있으나 쿠앙의 책은 더 중층적인 독해가 가능하다는 점이 다릅니다. 쿠앙의 작품들을 그리 대접해도 된다는 점, 이 <옐로페이스>가 증명했다고 해도 될 것 같네요. 쿠앙의 성씨는 한자로 匡(광)이라고 쓰는데 송 태조 조광윤의 휘 일부와 같습니다. 참고로, p208에 키큰양귀비 증후군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출판은 느리게 진행된다(p60)." 예나 지금이나 출판 산업의 생리가 그러한 듯도 합니다. 출판 산업은 엔터테인먼트업계만큼이나 대단한 모험 산업이고, 출판사가 관리하거나 컨택하는 여러 작가들은 마치 연예계의 가수나 배우처럼 섬세하게 다뤄야 하는 자산이자 골칫덩이들입니다. 여기에, 21세기 들어 각종 뉴미디어, 개인 소셜 계정 등이 등장함으로써 업계 경영자들이 고려에 넣어야 하는 변수는 훨씬 많아졌습니다.
p61에는 대단히 속물적 어조로 1인칭 화자 준 헤이워드가 언제나 신경 쓰는(지가 왜?) 메이저 5대 출판사가 언급되는데 버젓이 현실에 존재하는 곳들을 실명으로 저리 늘어놓는 태도가 뻔뻔스럽습니다 ㅋ 사실 더 웃긴 건, 이 작품이 아테나 리우와 주인공과의 관계를 마치 디키 그린리프와 톰 리플리의 그것처럼 설정했는데, 누가 봐도 아테나가 작가 쿠앙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소수 인종 출신이 백인 스타를 언제나 선망하는 처량한 신세를 정반대로 뒤집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흠.
"아마존이나 굿리즈(Goodreads.com)는 물론이고... 하트가 쌓이는 걸 보니 출간일에 늘 그토록 원했던 세로토닌이 넘쳐흐르는 느낌이었다(p113)." 이런 게 다, 20세기까지만 해도 발랄하게 움직이되 최소한의 체면이나 무게는 잡으려 들었던 출판계나 작가들한테서 상상 못 했던 분위기입니다. 굿리즈에는 물론 좋은 리뷰도 많으나 자극적인 언사를 써 가며 주목만 받으려 들거나 아예 리뷰 등록의 의도가 의심되는 출판 홍위병 같은 유저도 있습니다. 하트고 뭐고 작가나 편집인이 과연 이런 데까지 신경을 쓰는 게 맞는지, 이래서야 참된 시대정신이 현창되는 걸작, 세월의 풍화에 아랑곳하지 않는 명작이 나올 수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미스 사이공>은, 마케팅 용어로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이며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공연됩니다. 그런데 코믹하게도 p178에서는 "조지타운에 있는 한 베트남 커피숍"에서 서빙하는 메뉴(커피)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참고로 작가 쿠앙은 조지타운대 출신인데 실제로 학교 근처에 이런 커피숍이 있지 않았겠냐고 독자인 제가 멋대로 짐작해 봅니다. 아, 아무튼 이 장면에서도 확인 가능한 것처럼, 마치 패리스 힐튼을 쫓아다니며 유명한 걸로 유명하던 킴 카다시안이 진짜로 셀럽이 되었듯, 준 헤이워드도 도둑질(참고로, 펄 벅의 <대지>에서 주인공 왕룽도 처음에 우연한 도둑질로 부자가 되었더랬죠)로 이제 스타덤에 올라섭니다. 그러나 악플러의 괴롭힘 등 셀럽 오서의 불쾌한 숙명 역시 그녀가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p308의 캔슬 컬처 역시 좌우 불문 심각한 악습입니다.
한국의 전상국 작가가 쓴 풍자적 단편 <달평씨의 두번째 죽음>의 내용도 그렇지만, 대중의 관심이나 호기심, 인기란 대단히 변덕스럽고 무상한 것입니다. 셀럽이나 셀럽호소인들이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은, 이제 내 밑천이 바닥에 가까워졌다 싶으면 없는 말도 지어내어서, 예를 들어 내가 성희롱을 당했다 성범죄의 피해자다 어떻다 하며 아예 스토리를 날조해 대는, 빤한 작태의 수순을 밟는다는 것이죠(p381에 약간의 반전이 있을 듯도 한데...). 자, p285에서는 드디어 충격적인 실상이 드러납니다. 도둑계의 상도덕 1번은 장물을 또 훔치지 않는다는 거라는데(물론 그런 건 있지도 않습니다), 글쟁이라는 사람들이 알고보니 그 직업윤리가 도둑만도 못했던 거죠. 이제 준 헤이워드는 원죄의 사함을 받은 것일까요?
"훔치려면 좀 나은 걸 훔쳤어야지!(p362)" 음식점 사장님들도 별 한 개짜리 리뷰만 보면 미치기 직전까지 간다는데 아마존 자기 책에 ★가 융단폭격된 걸 보면 게슈탈트가 녹아내리겠죠. "준 헤이워드는 반드시 속죄해야 한다." 어디, 참회의 AV라도 찍으라는 걸까요?(백인 장르도 있습니다) p363에 본문 중 설명으로도 나오지만 미디엄닷컴이라는 출판 플랫폼이 실제로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한국작가 백용운의 <상두놀이>라는 작품을 리뷰했었는데, 그 작품의 플롯도 살짝 생각났습니다. "뒤에 땅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허공이었다.(p427)" 출판계뿐 아니라 인생의 모든 국면이, 알고보면 이와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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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혈 2024-08-18 공감(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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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논쟁거리들이 오랫동안 긴 여운과 생각할 것들을 남긴다.
처음 만나는 작가다.
한국에 출간된 책도 <양귀비 전쟁> 시리즈 두 권이 전부다.
중국계 미국인 작가인데 이번에 아주 자극적인 글을 썼다.
문학계의 표절, 인종문제, 역차별, 출판업계의 문제, SNS 전쟁, 편집 등을 모두 아우른다.
읽는 내내 불편함과 불안감이 사그라들 지 않았다.
이야기는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머릿속은 많은 정보로 정신이 없다.
문학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런 정보들은 모두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 대중에게 이런 문제들은 다르게 바추어질 수 있다. 아니면 모르거나.
읽으면서 곳곳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작가는 주인공을 아시아계 미국인이 아닌 백인 여성으로 설정했다.
준은 예일대학 출신 소설가이지만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그녀의 친구 중국계 아테나는 탁월한 글쓰기 재능에 뛰어난 외모 덕분에 출판계의 스타가 된다.
성공한 작가인 아테나는 준을 불러 자신의 넷플릭스 판권 계약을 축하하는 둘만의 술자리를 만든다.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갑자기 덜 익은 팬케이크를 먹다가 질식사한다.
이 끔찍한 광경을 준이 보았고, 한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그런데 문제는 아테나의 미발표 소설 초고를 그녀가 집으로 가지고 온 것이다.
아테나의 집필 습관 중 하나가 고전 타자기로 원고를 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문제가 이때부터 하나씩 발생하기 시작한다.
준이 가져온 미발표 원고의 내용은 제1차 대전 당시 유럽 전선에 복무한 중국인 노동자들 이야기다.’
아주 뛰어난 이 작품을 준은 아주 열심히 수정해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한다.
아테나의 뛰어난 작품은 발표 전이라 손볼 곳이 많았는데 준을 통해 잘 가다듬어졌다.
이 원고는 많은 출판사의 관심을 끌고 대형출판사는 아니지만 베스트셀러를 내는 출판사에 낙찰되었다.
낙찰되었다고 그 원고가 바로 출간되는 것은 아니다.
편집자와 더불어 수없이 많은 편집 교정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 사라지고, 바뀌는 내용도 부분적으로 일어난다.
준은 자신이 쓴 소설이 아니기에 좀더 편안하게 이 편집 방향에 동의한다.
그리고 중국인 노동자를 다룬 소설이란 것 때문에 주니퍼 송이란 이름으로 출간된다.
<최후의 전선>은 출판사의 대대적인 지원과 마케팅으로 즉시 베스트셀러가 된다.
이 책이 출간되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사건 사고가 생긴다.
아테나의 노트를 공적 공간에 진열하겠다는 도서관이 나타난다.
만약 이것이 대중에게 공개되면 자신의 작업이 표절이란 사실이 드러날 수 있다.
아테나의 엄마를 만나 이 노트를 없애는 쪽으로 살짝 흐름을 바꾼다.
책 내용 상 인종차별이나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하는 일을 준은 생략한다.
그리고 이 소설에 대한 나쁜 평을 하는 직원 한 명은 자르게 한다.
성공한 출판이지만 백인 여성이 쓴 중국인에 대한 이야기란 부분이 많은 논란과 관심을 불러온다.
이 소설에 대한 악플이 달리고, 그녀는 아테나의 유령을 보기도 한다.
그녀가 어떤 나락으로 떨어질까 하는 순간 운 좋게 사건은 해결된다.
하지만 폭탄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잠시 물밑으로 가라앉아 있을 뿐이다
백인 여성이 쓴 중국의 역사적 사실을 둘러싼 논쟁은 아테나의 과거와 연결된다.
그녀는 한국전쟁을 다룬 소설을 써 문학상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표절과 관련하여 아테나의 소설 속 내용들이 실제 당사자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은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당사자의 동의도 없었고, 인용이란 표시도 없었다.
실제 준의 과거 사건도 그녀의 성공작에 그대로 사용된 적이 있었다.
이 부분은 아테나도 표절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은연중에 보여준다.
아테나의 정치적 입장 또한 준이 백인 여성이란 이유로 계속 문제가 된다.
그냥 무시하면 될 수도 있지만 대중의 관심에 목마른 준에게는 큰 문제다.
아테나의 문장을 첫문장으로 사용한 자신의 소설마저도 오해를 받는 장면은 현실적이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한국 문단 내에 있었던 사건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것들과 상관없이 수많은 논쟁거리들이 오랫동안 긴 여운과 생각할 것들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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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01 2024-08-16 공감(5)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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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페이스
" 나는 지금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
나를 도둑, 표절자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내 말을 들어보라.
생각처럼 그렇게 끔찍하지 않다."
노란색 겉표지에 나와 있는 새침한 얼굴만 봤을 땐 전혀 예상 못 했는데, 소설 [옐로 페이스]는 아마도 독자들의 밤잠을 설치게 할 만한 강력한 페이지터너라고 할 수 있다. 시작부터 빵빵 터지는 사건들, 이야기는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정신없이 이어지는데. 그야말로 흥미진진 그 자체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주인공은 친구가 남몰래 쓰고 있던 원고를 훔친다. 아무도 모를 것 같아 시작한 가벼운 범죄. 주인공은 자격 없는 성공을 누리게 되지만, 과연 모래성 같은 이 성공이 얼마나 오래갈 것인가?
주인공 주니퍼 헤이워드는 지금까지 1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아직은 병아리 작가라 볼 수 있다. 반면 대학 동창이었던 아테나 리우는 그야말로 미다스의 손. 작품을 낼 때마다 대박을 터트리는 스타 작가이다. 아직 이십 대이지만 작가로 데뷔한 후 아테나는 유명세와 부, 둘 다를 얻게 된다. 주니퍼는 그런 아테나를 몰래 질투하고 시기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둘은 아테나의 집에서 술에 취한 채 팬케이크를 만들어 먹게 되고, 그만 아테나가 팬케이크 때문에 질식사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런데 이건 바로 신이 주신 기회?! 그녀는 아테네가 그동안 몰래 집필해오고 있던 작품의 초본 원고를 들고 자신의 집으로 도망가게 되는데....
이후로는 아마도 독자들이 쉽게 예상할 만한 상황이 펼쳐진다. 주니퍼 앞에 그야말로 장밋빛 미래가 펼쳐진다. 아테나의 원고를 조금 수정한 후 출판계로 보낸 그녀는 그동안 자신을 무시했던 사람들이 매우 발 빠르게 반응을 보내는 것을 보고 놀란다. 당연한 수순처럼 책은 대히트를 치게 되고 주니퍼는 하루아침에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아테나 리우는 중국계 미국인, 책의 내용도 중국인의 전쟁 참여에 대한 이야기였기에 준은 자신이 마치 아시아인인 것처럼 이름을 주니퍼 송으로 바꾸고 매우 아슬아슬한 행보를 이어가게 되는데.... 그러던 어느 날 트위터에서 아테나 이름을 딴 계정이 주니퍼 송의 표절 사실을 폭로하게 되면서 들끓는 대중들과 악플들... 과연 준은 이 사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소설 [옐로페이스]는 초보 작가인 주니퍼 헤이워드가 친구가 쓰던 원고를 훔쳐서 작품을 내고 성공을 거두는 장면까지 속도감이 굉장하다. 그러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유명세를 떨치고 많은 돈을 버는 등 크나큰 성공을 거둔 상황에서도 주니퍼 헤이워드는 자신의 뒤통수를 잡아당기는 듯한 죄책감을 벗어날 수 없다. 죄를 지으면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하늘은 아는 법. 마치 곧 무너질 듯한 얇은 얼음장 같은 성공에 취해있던 준 헤이워드는 SNS을 통한 폭로로 인해서 엄청난 악플 공격을 받게 되고 진실에 대한 해명을 요구받게 된다. 그렇다면 이 책은 작가들에게 표절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그런 소설?
그렇다기보다는, 이 책은 한마디로 모든 분야의 비열함과 저속함을 돌려까는 듯한 책이다. 작가들, 출판업계 그리고 일반 대중들의 민낯을 처절하게 드러낸다고 할까? 우선 주제에 대한 진정성 없이 얄팍한 술수를 써서 히트작을 냈던 아테나부터 물론 남의 피땀이 녹아있는 원고를 양심 없이 도둑질하고 자격 없는 성공의 달콤함을 누리는 준, 그리고 가장 센 표현으로 작가를 비판해야 살아남는 듯이 행동하는 평론가 집단과 아시아계와 같은 소수 인종의 작품 세계를 민족성으로 한정짓는 출판계 그리고 무슨 소문만 났다 하면 단체 행동에 돌입하는, 한마디로 부화뇌동하는, SNS 속 대중들까지... 작가 R.F. 쿠앙의 [옐로 페이스]는 이 모든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삐딱한 시선을 들이댄다고 볼 수 있다.
아주 맵고 알싸한 음식을 먹은 기분이랄까? 한마디로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소설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소설이지만 특히 도둑질하고도 뻔뻔하기 짝이 없는 주니퍼에게 호된 교훈을 가하는 책이다. 이미 죽은 지 몇 년이나 지난 아테나가 눈앞에 등장하고 메시지를 보내는 등등... 읽는 동안 마치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의 영화를 보는 듯한 소름끼치는 서스펜스도 느껴졌다. 일반적인 추리, 스릴러 소설의 플롯은 아니지만 그만큼의 스릴과 몰입도가 있는 소설 [옐로 페이스] 더운 여름밤을 시원하게 보내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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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엄마 2024-08-21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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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페이스

누군가의 성공을 축하하던 자리에서 축하의 대상이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한다면, 그 죽음이 나에겐 기회로 다가온다면 과연 그 기회를 잡을 것인가 말 것인가. 물론 사실이 밝혀질 경우 도덕적, 법적으로도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그 기회가 어쩌면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성공으로 가는 확실한 방법이라면 말이다.
『옐로페이스』라는 제목처럼 온통 노란색인 바탕에 어딘가 모르게 주변을 살피는 것 같은 눈동자만 그려져 있는 작품이 눈길을 끈다. 이 작품의 작가인 R. F. 쿠앙은 이미 2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곳에서 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그 능력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제목이 주는 다분히 인종차별적(사실 예로페이스가 아시아인의 용모를 표현하기 위해 과도하게 분장하는 것이라고 한다)인 내용을 엿볼 수 있지만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물론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작가 역시 중국계 미국인이라고 하는데 이 책이 단순히 인종차별을 겪는 아시아인의 이야기를 그려냈다면 그다지 특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심각한 사회문제이나 이미 소재로서는 지극히 평범하기 때문인데 작품 속에서는 준과 아테나라는 두 인물의 상반된 모습이 그려지는데 같은 예일대학 출신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는, 보통의 인물설정과는 정반대의 준과 아테나의 모습이 흥미를 끈다.
준은 지나치게 평범한 백인 여성으로 아테나는 중국계임에도 불구하고 서구적인 외모와 체형, 그리고 뛰어난 글쓰기 능력으로 출판계의 스타 신예 작가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혹시 작가님이 이런 분위기이신가 생각해보게 된 대목이기도 하다)

그렇게 너무나 다른 두 사람, 어느 날 아테나의 작품이 넷플릭스 영상화 계약이 이뤄지면서 두 사람은 축하의 술자리를 가지는데 충격적이게도 아테나가 팬케이크로 인해 질식사를 하게 되고 정말 우연하게도 준은 아테나가 아직 발표하지 않은 소설 초고를 가져오게 되는데 그동안 변변하게 제대로 된 작품을 쓰지 못했던 준은 해서는 안되는, 아테나의 작품을 손본 후 자신이 쓴 것처럼 출간하기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용은 다분히 아테나가 썼음직한 중국인 노동자들이 인물 설정으로 출판사에서는 혹시나 있을 문제를 고려해 그녀의 정체를 정확히 밝히지 않으면서 출간을 하게 되고 출판사의 많은 홍보 덕택인지 이 작품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어버린다.
사실 준도 처음에는 그 작품이 이렇게까지 성공을 하리라고 짐작했을까? 그저 자신도 글을 잘 쓰고픈 욕심에서 시작된 일이 졸지에 남의 작품을 훔친 셈이니 잘되면 잘될수록 마음이 편할리 없고 아니나 다를까 조금씩 유명세나 인기만큼이나 작품과 그녀를 둘러싼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하는데...
작품을 둘러싸고 그 글을 쓴 진짜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이거니와 백인 여성인 준이 중국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썼다는 사실이 의외의 문제 포인트가 된다는 점에서 가짜 작가, 작품 표절, 작품 도난 등과는 다른 차원의 접근 방식과 스토리 전개가 이 작품을 더욱 의미있게 하는 요소가 아니였나 싶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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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zahbs 2024-08-18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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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페이스

-‘옐로페이스(Yellowface)’는 블랙페이스처럼 백인이 아시아인을 흉내 내기 위해 아시아인의 용모를 과장되게 표현하는 무대 분장에서 유래된 것으로, 아시아인을 희화화하는 인종차별적 문화 행위를 말한다.
우선 표지에서부터 느낄 수 있는 동양인을 상징하는 듯한 얼굴, 이 작품에서 과연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를 궁금하게 한 그림이 확 와닿는다.
문학작품을 대할 때 예전보다 다양한 국적을 지닌 작가들의 활동이 많음을 느끼는 요즘 이 책의 저자 또한 중국계 미국인으로서 전 작품에서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저력을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다.
오늘날 정치적 올바름이란 용어나 인종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들과 보편적인 시각의 편차가 많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서양사회에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차별과 문화적인 다름에 대한 편견은 여전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분야에서 두각을 특별하게 나타나지 않은 한, 이러한 사회주류로서의 진입 장벽에 대한 기회는 많이 나아졌다고 하더라도 이 작품에서 보인 문학작가와 출판계, 작가로서 자신의 정체성들을 찾아가는 여정은 그리 쉽지만은 않은 날 선 고민들과 비판을 담아내고 있다.
대학동창생인 중국계 미국인인 아테나와 전형적인 백인인 준 헤이워드의 관계는 문학작가를 꿈꾸고 출판의 기회를 얻는 과정에서 아테나는 성공가도를, 준은 아직 성공하지 못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날 아테나의 죽음 현장에 있었던 준이 아테나가 쓴 작품의 초고를 발견하고 이를 다시 자신만의 글쓰기로 출간하면서 일약 관심받는 작가로 거듭나는 과정은 글쓰기에 대한 창작의 소유권, 초기 초고와 이를 다시 재수정해 보다 정교한 나만의 작품으로 승화한 저자 간의 권리는 누구인가?, 여기에 책이 출간되기까지 일반독자들이 모르는 에이전트와 출판사의 편집과정을 거쳐 책의 내용인 어떻게 변화하는지, 마케팅 작전, 출간되지 전 선 리뷰독자들의 공개글, 타 작가들의 시샘 어린 경쟁심 구도, 여기에 준의 창작 비밀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드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하나의 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인간군상들의 모든 것들을 조목조목 들려준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압권은 표절에 대한 기준과 창작에 대한 소유, 온라인 매체가 발달하면서 벌어지는 그렇더라~는 어떤 글에 대한 올바른 중심선을 잡고 이뤄지는 것이 아닌 중구난방식의 자신만의 기준을 내세우며 몰아붙여가는 세태들에 대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한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스릴러 형식처럼 집요하게 파헤쳐가는 미지의 인물 찾기를 통해 문학계에서 벌어지는 여성작가와 남성작가들, 아테나처럼 인종차별을 겪으며 출판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이 요구하는 조건에 맞게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만들어진 작가'로 책을 출판한다는 여건은 치열한 글쓰기란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으로 보인다
여기에 스캔들이 오히려 공짜 마케팅 전략으로 이어져 책 판매 부수로 이어진다는 점은 일반 대중의 관심을 받지 않은 한 성공의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 또한 짚어낸다.
이런 전개의 흐름은 그녀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란 감정으로 바라본 준의 시선을 통해 되려 그녀가 인종차별주의자로 몰리고 그녀 또한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는 과정은 제프리가 글쓰기로 성공한 듯 안착해 살고 있다는 설정과 비교해 볼 수 있고 이는 남, 여 작가들의 다른 차원의 성공가도로 엿볼 수 있다.
이처럼 한 작품 안에 스릴과 인종차별,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고른 시선을 통해 읽는 내내 강한 인상으로 다가온 내용은 하나의 문학작품인 동시에 현재 작가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궁금증 해소와 그런 그들이 출판사의 압박과 새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 고갈과 딜레마에 대한 고민들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데서 재미과 흥미를 갖춘 작품이라고 생갹한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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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노마드 2024-08-07 공감(2) 댓글(0)
Friday, April 18, 2025
[전자책] 옐로페이스 :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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