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즉흥 뮤지션 써니킴(멜번대) 교수가 '어머니'와 '이민'을 소리로 형상화한 MotherTongue, MotherLand 공연을 5월 호주 마더스 데이에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린다.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읊어봤을 한국의 국민 시인 윤동주의 ‘별 헤는 밤’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하죠, '어머니'를 주제로 다양한 문화 배경을 지닌 호주 여성 뮤지션들의 깊은 내면의 울림을 전하는 특별한 콘서트가 열린다고 하는데요. 이번 무대를 기획한 멜번대 예술학부 써니킴(김윤선) 교수님 모시고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Highlights
- MotherTongue, MotherLand…5월 8일 마더스데이, 시드니오페라하우스
- 호주 이민 여성 뮤지션 5인의 그리움과 소외감 전통악기와 소리로 표현
- 색깔과 결이 다른 다양한 소리 '즉흥연주'와 조화로운 배치로 '협업' 중점
유화정: 교수님, 안녕하세요?
써니킴: 네, 안녕하세요.
유화정: 청취자 여러분께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주시겠어요?
써니킴: 네. 안녕하세요.보컬리스트·즉흥 연주자·작곡가로 활동 중인 써니킴입니다. 저는 지금 멜번에 살고 있고요. 멜번대에서 재즈와 즉흥연주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유화정: 제가 간단하게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정말 짧게 소개를 주셨는데요. 제가 좀 소개를 보태자면 재즈의 본고장 미국에서 일찍이 공부하셨고요. 바로 대학, 대학원 과정을 아주 성실하게 수석 졸업과 장학생으로 마치셨어요.
써니킴: 아 네….
유화정: 또 그리고 '한국인 최초'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계신데요. 재즈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전설의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 (Newport Jazz Festival)에 무대에 오른 것이 2007년이었죠?
써니킴: 네, 맞습니다. 러즈웰 러드라는 정말 제가 존경하는 재즈 트롬보니스트께서 저를 초청해 주셔서 함께 그분이 작곡한 노래들을 연주하게 됐었습니다.
유화정: 그때가 20대 후반의 나이셨다고요?
써니킴: 네.
유화정: 20여 년의 음악활동을 통해 다수의 수상 경력, 또 세계적인 뮤지션들과의 걸출한 무대, 뿐만 아니라 앨범도 여럿 발매하셨는데요. 앨범 소개는 직접 해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가장 의미 있는 아끼는 앨범 한 개만 꼽아주신다면 어떤 것일까요?써니킴: 네… 그러면 [Painter's Eye]라는 음반을 소개해 드릴게요. '화가의 눈'이라는 음반인데요. 제가 한국에, 여러 나라에서 살다가 이제 한국에 다시 돌아와서 살게 됐을 때, “나에게 한국이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제 스스로에 대한 아이덴티티에 관한 질문을 하고 있었을 때.
우연히 김선두 화백이라는, 한국화가 분이세요. 그 분이 이제 본인의 그림과 본인이 직접 쓴 시를 엮어서 시집을 내셨는데 <너에게로 U턴하다>라는 그런 시집이에요. 그런데 그 시집을 봤는데, 그림과 글에서 제가 어렸을 때 느꼈던 동심.. 그리고 그 고요했던 따뜻했던 동네, 살던 동네의 어떤 그 길의 느낌들.. 그런 것들을 떠올리면서 “아 그래 내가 알고 있는 기억하는 한국은 이거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거기다 작곡을 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다시 한국에 돌아왔는데 말이 너무 서툴러서 시를 계속 낭독을 하는 걸 해봤었어요. 또박또박. 발음을 잘하기 위해서 했는데, 자꾸 하다 보니까 그게 멜로디가 되더라고요.
유화정: 아!
써니킴: 네. 그래서 멜로디가 자꾸 떠올라서 그걸을 이제 끄적끄적 적어봤는데, 나중에 우연한 계기가 돼서 화백님을 만나게 된 거예요. 그래서 그 때 “선생님이 쓰신 시를 노래로 만들어도 될까요?” 하면서 여쭤봤는데, 또 흔쾌히 허락을 해 주셔서 음반으로 만들게 된 작품입니다.
유화정: Painter's Eye요.
써니킴: 네.
유화정: 사실 저희 한국어 프로그램과는 2020년 Hand to Earth 공연 인터뷰 이후 만 2년 만인데요. 코로나 팬데믹이 가로막은 지난 2년.. 공연예술가에게 무대가 없다는 것만큼 더 큰 좌절이 없었겠는데요. 어떤 시간 보내셨어요..
써니킴: 네, 아.. 정말 많은 뮤지션들이 조용한 어떤 그런 침묵의 몇 년을 보냈는데요. 마찬가지로 모든 공연들이 다들 반복해서 연기되고 취소되면서 조용한 시간을 보냈어요. 그래서 온라인 강의하면서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면서 지냈던 시간이었습니다.
유화정: 써니킴 교수께서는 작곡가로서도 큰 활동을 하고 계셔서, 이런 고립과 침잠의 시간들이 어쩌면 창작에는 도움이 더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써니킴: 네.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이 굉장히 필요한 그런 유형의 사람이라서. (웃음) 하지만 이제 그런 고립이 되면서 이민자로서 여러 그리움.. 그리움이라는 걸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유화정: 이제 곧 시드니 공연 소식이 있으십니다. 5월 8일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을 가지게 되신다고요?
써니킴: 네, 맞습니다. MotherTongue, MotherLand라는 작품으로 공연으로 처음으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유화정: 어떤 공연인지 소개도 좀 이어 주시죠.
써니킴: 네. 이 공연은 어머니와 이민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호주 이민, 특히 여성들이 경험하는 그리움 그리고 소외감 등 여러 감정들 이야기들을 소리로써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 작업에 참여하는 모든 연주자들이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거나 아니면 그 어머니가 다른 나라에서 태어난 호주 여성 음악가들로 이루어졌어요.
유화정: 이민자들에게 '모국어, 모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 것이 나의 정체성·어머니·고향....이런 단어들인데요. 또 그리움도 크고요. 저 또한 주변에서 문화와 언어의 장벽보다 견디기 어려웠던 것이 바로 그리움이었다는 얘기를 종종 나누게 되는데요. 가족 간에도 쉽게 드러내지 못했던 이런 부분들. 이번 공연을 통해 음악으로 승화된다고 보면 될까요?
써니킴: 네. 지난 팬데믹 동안 이제 정부가 국경을 닫는 바람에 수많은 가족들이 떨어져서 서로를 그리워했잖아요. 그 때문에 이민의 삶에서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소외감과 그리움이 한층 더 강하게 경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이 많은 분들께 위로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유화정: 요즘의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단어 중의 하나가 바로 치유, 힐링인데요. 더불어 이번 콘서트 타이틀이 우리 가족 내의,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들이 겪는 아픔과도 연결돼 더 깊은 인상을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써니킴: 네. 이제 공연 예술은 본질적으로 치유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더불어서 저는 음악을 통해서 다양한 문화적인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모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팬데믹, 또 전쟁 이렇게 많은 사회들 사회적인 이슈들로 인해서 우리가 함께 많은 고통을 경험하고 있는데요.
여러 이런 예술적 행위를 통해서 많은 아픔들이 집단적, 또 문화적인 내러티브로 형상화가 되고 이를 통해서 서로 소통하고 공감을 하면 좋겠습니다.
유화정: 예전 인터뷰에서 "재즈는 머리로는 어렵다, 몸으로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 고 소통을 강조하신 기억이 나는데요. 그래도 조금 공부를 하고 공연을 보면 그 느낌이 훨씬 더 풍부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써니킴: 네. 뭐 그 재즈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더 알아 가시고 하면, 더 아는 만큼 더 즐겁게 보실 수 있는 건 맞는데요. 또한 저는 제 음악이 재즈라는 장르의 틀에서 벗어나서 더욱 열려 있고 자유로운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고 제가 느끼거든요. 그래서 관객분들 또한 장르를 이렇게 구분하기보다는 소리를 직접 경험하고, 경험해서 각자 고유한 체험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유화정: 아 각자 고유한 체험이 중요, 아주 중요한 말씀을 주셨습니다. 동감합니다. 음악은 사실 주관적인 것이니까요. 그러면 이번에 연주되는 음악들은 공연을 위해 새로 준비되는 작품들인가요?
써니킴: 네, 맞습니다. 이번에 연주될 음악은 다양한 전통을 배경으로 한 뛰어난 연주자들의 즉흥 연주가 두드러지는, 그 협업에 중점을 둔 작품인데요. 이번 작업에서 작곡가로서 저의 역할은 마치 색깔, 그리고 결이 다른 다양한 소리들을 이제 조화롭게 배치하고 연결하는 마치 조각보를 만드는 그런 작업과 같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유화정: 협업이라는 작업을 조각보에 비유하니까 이해가 훨씬 쉬운데요. 교수님, 이번 공연이 모두 여성 뮤지션들로 구성이 된다고 하셨죠. 서니킴 교수께서는 작곡자이자 보컬리스트로 공연의 흐름, 중심을 이끌어 가실 텐데요. 뮤지션과 악기 소개를 간단하게 곁들여 주신다면 요?
써니킴: 네. 고쟁 (Guzheng), 중국의 ‘고장’이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Mindy Meng Wang, 그리고 이란의 전통악기 카만체 (kamancheh) 연주자 Gelareh Pour, 그다음에 핀란드에서 태어나서 어렸을 때 호주로 이주한 베이스 연주자 Helen Svoboda 또, 할아버지 때 유태인 학살을 피해서 네덜란드에서 가족이 같이 이주했던 베이스 클라리넷 연주자 Aviva Endean 이렇게 모두 네 명의 훌륭한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유화정: 말씀하신, '고쟁'이라고 하셨어요? 전통악기. 한국의 가야금하고 비슷한 거 아닌가요?
써니킴: 네, 맞습니다. 가야금과 거의 비슷한 그런 현악기인데요. 소리가 굉장히 섬세하고 직접 소리로 들으면 정말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그런 악기입니다.
유화정: 전통악기 소리를 타고 여성만이 표현할 수 있는 이 섬세한 결의 사운드. 아주 따뜻한 감성이 오가는 무대가 되리라 기대가 되는데요. 어떻게 보면 여성들만 다섯 분이라 리허설로 모이면 더 재미있고 또 허심탄회하게 소통이 많았을 것 같아요.
써니킴: 네, 맞습니다. 저희가 이 작업을 하기 위해서 지난 12월, 한 일주일 정도 시간을 들여서 빅토리아 주 Mt. Hotham에서 만났어요. 그래서 음악을 바로 연주하기보다 서로 엄마 이야기, 그리고 또 제가 일주일 동안 만나기 전에 어머니, 각자 어머니들을 인터뷰를 하기를 제가 요청을 했었어요. 그래서 그 어머니들이 해 주셨던 이야기들, 인생의 이야기들 그런 것들을 나누면서 웃기도 하고 또 많이 눈물을 흘렸어요.
그래서 그런 공감이 되는 깊은 감정, 이야기들이 즉흥 연주를 통해서 음악으로 만들어진 거고요. 또 서로 배경이 다르지만 그런 어떤 엄마 이야기를 통해서 다른 전통악기들이 새로운 어울림을 만들게 된 작업입니다.
그래서 이 공연에서는 관객분들이 '어머니'와 '이민'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통해서 서로 다른 여러 전통악기들이 어울려 만드는 조화를 또 서로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는 우리 어머니들의 목소리와 함께 들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유화정: 우리는 엄마의 딸이면서 또한 누군가의 엄마가 되기도 하는데요. 문득 고 최인호 작가 의 '나의 딸의 딸'이라는 책 제목이 떠올려집니다. 교수님, 혹시 자녀분 있으세요?
써니킴: (웃음)네. 여섯 살 된 딸이 있습니다.
유화정: 아! 딸이에요? 그렇다면 이번 작품을 쓰시면서 구상하시면서 어느 부분은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요?
써니킴: 네. 제 딸아이는 저한테 항상 많은 위로가 돼주고 영감이 되고 있는데요. 제가 일하는 엄마라서 늘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인데, 이번 작품 준비로 또 더 충분하게 시간을 못 보내서. 그런데 저의 딸아이가 공연에 올 거예요. 그래서 공연의 관객석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엄마를 자랑스러워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유화정: 아 정말 특별한 무대가 될 것 같네요.
써니킴: 네. (웃음)
유화정: 오늘 못다 하신 이야기 공연에서 음악으로 즉흥연주로 맘껏 풀어 주시기를 바라고요. 마침 이번 공연일이 5월 둘째 일요일 호주의 마더스 데이 이자, 5월 8일 한국의 ‘어버이날’과 맞물려서 더욱더 의미 있는 공연이 될 것 같은데요. 가족 단위로 함께 찾으면 아주 특별한 시간이 되겠죠?
써니킴: 네 네. 한국에 계신 저희 어머니를 제외하고 이번 공연에 참여한 연주자들의 모든 어머니들이 공연에 함께 하실 거예요.
유화정: 아 그래요?
써니킴: 네. 그래서 그분들의 삶의 이야기들에 담겨있는 사랑, 지혜 그런 것들이 공연을 찾아 주시는 모든 분들, 남녀노소 모두가 어머니라는 특별한 존재를 기념하고 서로에게 어머니 같은 존재가 되어주는 세상을 함께 꿈꾸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유화정: 네. 저도 그런 바람으로 꿈꾸면서 이번 오페라하우스 무대를 꽉 채우는 무게 있는 공연되시길 바라봅니다. 오늘 좋은 시간 함께 나눠 주셔서 고맙습니다.
써니킴: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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