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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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도 장기판의 졸이었을 뿐
라울 펙이 감독한 영화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의 오리지널 각본집을 읽고 있다.
나는 이 영화를 몇 년 전에 보았다.
원작은 작가 제임스 볼드윈의 『이 가문을 기억하라』인데 미완성 작품이다.
제임스 볼드윈에 대해 나는 할 말이 많다.
내가 그를 특별히 기억하게 된 건 미국의 <뉴욕 리뷰 오브 북스>의 창간 5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를 보고서였다.
서평 중 가장 격렬했던 문학사, 정치사, 문화사 관련 논쟁을 다룬 다큐는 마틴 스콜세지가 감독했던 <50년간의 논쟁>이었다.
서평가, 엄밀히 말하자면 서평을 쓴 독자와 작가 간의 논쟁은 흥미진진했다.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소설가 제임스 볼드윈(1924~1987)을 펜으로 사정없이 발라버린(?) 독자가 세상을 떠난 작가에 대해 회상하는 장면이었다.
제임스 볼드윈은 미국의 대표적인 흑인 소설가다.
사생아에 흑인에 동성애자였던 그는 살해의 위협으로 미국을 떠나 유럽을 떠돌았다.
그가 떠나야 했던 1948년의 미국은 흑인과 동성애자에 대해 냉혹한 시기였다.
그 젊은 독자는 서평에서 시종일관 늙은 작가를 조롱하고 게이들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어느 날 파티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독자는 늙은 소설가에게 그 서평을 읽었느냐고 물었다.
소설가는 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독자는 영화에서 에세이를 낭독했다.
“그는 나를 알았지만, 그의 미소에는 관용과 이해가 있었다. 제임스 볼드윈은 1987년에 프랑스에서 죽었다. 성당에서 열린 그의 장례식은 내가 평생 처음으로 참석한 장례식이었다. 1998년, 볼드윈의 에세이 선집과 초기 소설과 단편이 미국도서관 판본으로 나왔다.
<뉴욕 리뷰 오브 북스>는 그 책들에 대한 서평으로 내게 과거를 만회할 기회를 주었다. 그동안 나는 경험을 좀 더 쌓았고, 볼드윈의 삶에, 특히 시민운동의 막바지에 가해졌던 박해에 대해서 좀 더 연민하게 되었다. ‘고통은 모두를 관통한다,’ 그는 그렇게 쓴 적이 있다.“
이 장면에서 나는 울었다. 사회적 핍박으로 미국을 떠나 유럽을 떠돌던 늙은 흑인 작가에게 야유와 조롱의 서평을 쓰던 독자가 회한 어린 에세이를 낭독한 것이었다.
후에 그 독자는 전문 서평가가 되었다.
내가 <뉴욕 리뷰 오브 북스>의 간헐적 독자에서 정기 구독자로 바뀐 계기이기도 했다.
다시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로 돌아간다.
제임스 볼드윈의 미완성 에세이 『이 가문을 기억하라』에는 세 명의 흑인이 등장한다.
메드가 에버스(1925~1963), 마틴 루터 킹 주니어(1929~1968), 멜컴 엑스(1925~1969),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흑인이고 인권운동가였으며 모두 암살당했다는 것이다.
나는 블랙 팬서(흑표당)를 창설한 휴이 뉴턴이 빠진 것이 의아했는데 볼드윈이 저 글을 쓸 때 그는 타국에서 생존 중이었다.
영화를 만든 라울 펙 감독은 아이티 출신 흑인으로 문화부 장관을 지냈다. 내가 아는 가장 성공적인 흑인 노예반란은 프랑스령의 아이티였다. 노예 출신 탁월한 지도자는 직접 병력을 모집하고 타국과 합종연횡하며 결국 독립을 쟁취했으나 자신은 감옥에서 죽었다. 남이 독립을 시켜준 나라가 아니라 스스로 독립을 쟁취한 만만치 않은 민족이다.
볼드윈의 원작은 에세이가 아니라 유려한 서사시로 읽힌다. 매끄러운 번역 탓인가?
세 사람의 흑인 인권운동가의 삶과 죽음, 타국에 있었기에 살아남은 그가 쓴 글이다.
”나는 메드가, 멜컴, 마틴보다 나이가 많았다./ 자라면서 연장자는/ 젊은이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배웠고/ 당연히 내가 먼저 죽을 줄 알았다.//
세 사람 중 누구도 마흔을 넘기지 못했다.“
볼드윈은 펜으로 인권운동을 했다. 각본집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를 읽고 나서 영화를 꼭 보기 바란다. FBI 보고서와 고전 영화에 나오는 흑백 갈등의 장면들과 실제 세 인권운동가의 필름, 제임스 볼드윈의 격렬한 논쟁, 그리고 밥 딜런의 ”그는 장기판의 졸이었을 뿐(Only a Pawn in Their Game)을 들어보라.
메드가 에버스는 가족 앞에서 백인들에게 살해당했다.
*
오늘 메드가 에버스가 총탄을 맞고 묻혔네./사람들은 왕의 관을 내리듯 메드가 에버스를 내려 놓았지./ 아니, 저무는 태양 빛이 총을 쏜 자의/ 머리 위에 머물 때면/ 그도 자신의 무덤가에 놓인/ 비석을 보게 되리라./ 이름 앞에 새겨진/ 간단한 비문을/‘그도 장기판의 졸이었을 뿐’
- 밥 딜런의 ”그도 장기판의 졸이었을 뿐(Only a Pawn in Their Game)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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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번역가는 김희숙샘인데 문장이 매끄럽다.
그도 장기판의 졸이었을 뿐(Only a Pawn in Their Game)
https://youtu.be/8X0UmfBwA_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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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훈
고통에 마주하며 쓴 에세이..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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